지난 10일 ‘라면 도서관’을 콘셉트로 선보인 서울 서교동 ‘CU 홍대상상점’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지난 10일 ‘라면 도서관’을 콘셉트로 선보인 서울 서교동 ‘CU 홍대상상점’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편의점 CU의 ‘라면 매장 실험’이 유통업계에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라면의 인기가 해외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 매출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12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서교동에 문을 연 ‘CU 홍대상상점’의 1주일(지난 4~10일)간 하루평균 라면 판매량은 500개로 전체 점포 평균 대비 10배 넘게 많았다. 라면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일반 점포(3%)에 비해 7배 가까이 높았다.

홍대상상점은 CU가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구축한 라면 특화 점포다. ‘라면 도서관’ 콘셉트로 가로 6m, 세로 2.5m 크기의 100칸짜리 초대형 라면 전용 진열장에 국내외 봉지라면 105종을 진열했다.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봉지라면과 120종의 컵라면까지 더하면 이 점포에서 판매되는 라면 종류만 225종에 달한다. 전국 편의점 중 가장 많다.

이 점포에선 라면 매출의 72.6%가 봉지라면에서 나온다. 일반 점포에서 컵라면 매출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것과 대조된다. 봉지라면 종류가 다른 점포 평균(30종) 대비 세 배 넘게 많은 데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서울 한강공원의 명물로 자리 잡은 즉석 라면 조리기가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점심 식사를 위해 이 점포를 식당처럼 이용하는 소비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4~10일 이 점포 라면 매출의 62%는 오전 11시~오후 5시에 집중됐다. 저녁 시간대 이후에 라면 매출이 집중되는 다른 점포들과 반대다.

‘K라면 성지’라는 입소문이 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4~10일 이 점포의 라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편의점 라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서울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점포에서도 거의 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 소비자에 비해 1인당 구매 단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매장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기념품으로 라면을 종류별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 팀장은 “라면이 K푸드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만큼 K라면을 한데 모은 이색 편의점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점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김동주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