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의 라면 진열대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한 소비자가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의 라면 진열대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한국 라면은 유튜브에서 ‘먹방’(먹는 방송)으로만 봤어요. 처음 먹어보는 거라 설렙니다.”

지난 10일 서울 서교동 홍대 거리의 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니 책꽂이 모양의 라면 진열대가 매장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컵라면 모양의 매장 중앙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던 엘리즈 리(13)씨는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 간 한국에 여행 중에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라면 종류가 많아 고르는 재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봉지라면 매출이 컵라면 매출의 '두 배'

'라면 도서관'을 콘셉트로 매장 한 쪽 벽면을 라면 진열장으로 채운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 내부 모습./ BGF리테일 제공
'라면 도서관'을 콘셉트로 매장 한 쪽 벽면을 라면 진열장으로 채운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 내부 모습./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의 ‘라면 실험’이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일 문을 연 ‘CU홍대상상점’의 일주일(4~10일) 간 일평균 라면 판매량은 500개로 전체 점포 평균 대비 10배 이상 높았다. 라면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일반 점포(3%)에 비해 크게 높았다.

홍대상상점은 CU가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라면에 특화해 만든 점포다. ‘라면 도서관’ 콘셉트로 총 225종의 라면을 판매한다. CU는 가로 6m, 세로 2.5m 크기의 100칸짜리 초대형 라면 전용 진열장엔 국내외 봉지라면 105종을 진열했다. 한국 라면 90종에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라면 15종도 갖췄다. 여기에 120종의 컵라면까지 더하면 이 점포에서 판매되는 라면 종류만 225종으로 전국 편의점 중 가장 많다.
라면 특화 편의점을 표방한 CU홍대상상점 내부에 설치된 즉석 라면 조리기 모습./ BGF리테일 제공
라면 특화 편의점을 표방한 CU홍대상상점 내부에 설치된 즉석 라면 조리기 모습./ BGF리테일 제공
이 점포에선 라면 매출의 72.6%가 봉지 라면에서 나온다. 일반 점포에선 컵라면 매출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것과 상반된다. 봉지라면 종류가 다른 점포 평균(30종) 대비 3배 이상 많은데다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명물로 자리잡은 즉석 라면 조리기가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점심 식사를 위해 이 점포를 찾는 소비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실제 지난 4~10일 이 점포 라면 매출의 62%가 오전 11시~오후 5시 사이에 집중됐다. 간단한 간식이나 야식으로 컵라면을 찾는 소비자 비중이 높아 저녁 시간대 이후에 라면 매출이 집중되는 다른 점포들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라면 구매 소비자의 80%가 다른 상품을 동반 구매하며 전체 매출 상승도 끌어내고 있다. 매장 면적의 상당 부분을 라면 매대와 취식 공간에 할애해 전체 매출엔 부정적일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라면 매출의 6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의 라면 진열대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의 라면 진열대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K라면 성지’라는 입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도 높다. 지난 4~10일 이 점포의 라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편의점 라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부터 나온 것은 서울 명동 성수동 등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지점에서도 거의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다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즉석 라면 조리기로 라면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한국인 소비자에 비해 1인당 구매 단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매장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먹은 뒤 기념품용으로 라면을 종류별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CU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매운맛과 순한맛, 고기류와 해물류를 구분해서 라면을 구입하는 경향이 높았다. 처음 보거나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추억의 상품들 위주로 구매하던 한국인 소비자들과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인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지난 10일 서울 서교동 CU홍대상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날 만난 일본인 관광객 우메자와 사키코씨는 “일본에서 ‘신라면’ 인기가 워낙 높아 한국 라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 전엔 신라면과 ‘너구리’만 먹어봤는데 오늘은 매장서 처음 본 ‘진짬뽕’을 먹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매울까 봐 고추기름을 넣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자 CU는 외국인 편의성 제고에 나섰다. 이른 시일 내에 현재 6구의 즉석 라면 조리기를 늘리고 한국 라면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라면의 매운 맛 단계를 세밀화해서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 팀장은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K푸드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만큼 K라면을 한데 모은 이색 편의점을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차별화 점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김동주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