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무직 노동조합이 생산직 노조와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기업 노조로는 첫 사례다. 노동위원회에 이어 법원의 인정까지 받으면서 생산직과 별도 교섭권을 확보하려는 사무직 노조들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금호타이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단위 분리 결정에 대한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측은 지난 2월 노동위원회 판정의 집행정지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본지 2월 18일자 A1면 참조

20·30대가 주축인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지난해 8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교섭하게 해달라”며 교섭 단위 분리 결정을 신청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현행법은 한 회사에 여러 노조가 있으면 근로조건이 완전히 다른 노조만 분리 교섭을 인정한다.

금호타이어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사측은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조건이나 고용 형태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무직과 생산직의 근로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MZ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무직은 인사, 연구기획, 영업 등을 맡아 전국 사업장에 배치됐지만 생산직은 광주·곡성·평택 사업장에서 제조, 설비 업무 등을 맡아 양측 간 유의미한 고용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분리 교섭권을 인정받은 첫 사례다. 노조 측을 대리한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교섭권을 분리하려는 사무직 노조의 움직임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곽용희/이광식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