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8곳 매출액·영업이익 추정치 미달…실제 이익은 절반도 안돼
스팩상장 기업가치 '뻥튀기' 막는다…공시서식 개정 등 추진
스팩(SPAC)상장 기업인 바이오기업 A사는 특정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을 통해 향후 1천43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등이 지연되면서 매출발생 예정일이 1년 이상 지난 후에도 관련 매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스팩상장 기업인 B사는 콘텐츠 관련 수주 진행 중인 모든 건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 해당 사업부 매출만 346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실제 매출액은 추정치의 10분의 1 수준인 35억원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등 기업가치(합병가액)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스팩상장 기업의 가치는 미래 영업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익가치와 최근 재무상태표의 순자산에서 조정항목을 가감한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해 산정한다.

자산가치는 재무상태표에 기반하므로 객관적으로 산정되지만, 수익가치는 추정된 미래 영업실적에 따라 크게 변동된다.

스팩상장 기업가치 '뻥튀기' 막는다…공시서식 개정 등 추진
금감원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팩상장한 기업 139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었지만 실제치는 469억원으로 17.8% 미달했다.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는 106억원, 실제치는 44억원으로 58.7% 미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10곳 중 8곳가량인 76%가 매출액 미달 기업이었고, 84.1%는 영업이익 미달기업으로 분석됐다.

증권사 등 스폰서와 회계법인 등 외부평가법인이 기업가치 고평가를 방지해야 하지만 합병성공 및 업무수임 등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보호 노력이 상당히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적용돼 결국 투자자 피해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스팩상장 기업가치 '뻥튀기' 막는다…공시서식 개정 등 추진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년 1분기부터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 외부평가 이력, 외부평가업무 외 타업무 수임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고, 스팩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현재의 현금흐름할인법 등 절대가치평가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가치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회계법인과의 실무간담회를 통해 미래실적 과다추정 사례를 전파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등 외부평가 합리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스팩상장 기업 미래 영업실적 추정 등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 발굴해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