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아프간, 각국 우려에 호응하면 승인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
中, '탈레반 승인'에 긍정적 입장…"국제사회서 배제돼선 안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재집권 이후 첫 해외 대사로 주(駐)중국 대사를 파견한 가운데, 중국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승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1일 신임 아프간 임시정부(탈레반 정부) 주중대사가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는데, 중국은 아프간 임시정부를 승인하는가"라는 질문에 "아프간의 전통적·우호적 이웃으로서 중국은 시종 아프간이 국제사회 바깥으로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대변인은 "동시에 우리는 아프간 측이 더욱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개방적·포용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고, 온화하고 안정적인 대내외 정책을 펴며, 각종 테러 세력을 굳건히 타격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세계 각국, 특히 주변 국가와 우호적으로 잘 지내 이른 시일 안에 국제사회 대가정에 융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각 당사자의 우려가 더 유익한 호응을 받으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승인은 자연스레 이뤄질 일(水到渠成·'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긴다'는 의미)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프간의 신임 주중대사 빌랄 카리미는 이달 1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아프간 외교부에 따르면 카리미 대사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나이로 탈레반 행정부 대변인을 지냈으며 외교 업무 경험은 없다.

아프간 외교부는 "카리미 대사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재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의 공식 공인 대사이자 첫 대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집권 후 국호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로 바꾼 바 있다.

아프간 외교부는 카리미 신임 대사가 중국의 웨샤오융 아프간 문제 특사와 훙레이 중국 외교부 예빈사장(의전국장)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며 훙 사장이 조만간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신임장 제정식을 열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고 재집권했지만, 국제사회는 쿠데타로 집권한 탈레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탈레반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지난 9월에는 아프간에 신임 대사를 파견했고, 10월에는 '일대일로 포럼'에 탈레반 산업부 장관 대행을 초청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10월 티베트에서 열린 '환(環)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에서 칸 무타키 아프간 외교부 장관 대행을 만나 탈레반 정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아프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는 구리·금·리튬 등 아프간에 매장된 대규모 지하자원 개발 가능성과 아프간을 거점으로 서쪽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또 중국이 '테러'로 규정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독립운동을 막는 데도 아프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