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전원주택, 다가구주택 등 다양한 임의경매 물건이 매수인을 기다리고 있다.

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임의경매로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4689건으로 집계됐다. 10월(3759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전체 등기 신청 중 임의경매가 5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제경매(37%) 공매(9.4%) 순이었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을 받는 법적 절차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선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임의경매 절차에 들어간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임의경매 신청은 증가하는데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는 262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3593건) 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이달 초에도 전국 곳곳에서 임의경매 물건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 오는 6일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94㎡가 임의경매된다. 다섯 차례 유찰로, 감정가(34억원)의 41%인 14억원까지 최저입찰가가 낮아졌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16억원이다.

11일 매각을 진행하는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3층짜리 고급 전원주택(대지 3406㎡)도 임의경매로 나왔다. 정원에 단풍나무 소나무 등이 있고 남한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내부에 수영장도 있다. 감정가는 26억9000여만원인데 근저당으로 잡힌 채권총액이 19억원에 이른다.

경기 안양 만안구 안양동의 한 지하 목욕탕(전용 1801㎡)도 이달 초 임의경매를 앞두고 있다. 세 차례 유찰돼 감정가 33억원의 51%인 17억2000여만원으로 최저입찰가가 떨어진 상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빌딩 1층 상가(전용 49㎡)는 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네 차례 유찰로 감정가(12억5000만원)의 41%인 5억1200만원으로 최저입찰가가 낮아졌다. 다음달 초 다섯 번째 매각일이 잡혀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