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의 해’(갑진년) 국내 증시는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된다. 국내 간판 업종인 반도체 실적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올해 시장을 주도한 인공지능(AI)과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조선도 주목할 업종으로 꼽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와 미국과 한국의 선거, 부동산 경기 등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미국 금리 인하에 실적 기대도

3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과 내년도 국내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 등을 주제로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미국 Fed의 금리 인하가 국내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더 유망하게 보는 의견이 많았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ed의 첫 기준금리 인하를 6월 말로 보는데, 인하 직후 잠시 조정받은 뒤 상승할 것”이라며 “상반기는 기업 신용 리스크, 고금리 부담 등으로 완만한 상승장을 예상한다”고 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기업 수출이 개선되면서 국내 경기가 업사이클할 것”이라며 “실적이 개선되고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2~3분기에 강한 상승장이 올 것”이라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금리 인하와 실적 호전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우상향할 것”이라며 “연초는 금리 인하 시기, 연말은 미국 대선 변수 등이 불확실성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를 고점으로 보는 센터장도 있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미국 경제 둔화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올 하반기 반등세가 내년 초까지 유지되다가 2, 3분기 바닥을 찍고 연말에 오른쪽 입꼬리가 더 높아지는 삐딱한 스마일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내년 상반기엔 기업 실적이 부진한 반면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를 더 좋게 봤다. 그는 “하반기 고금리 장기화 누적 영향, 국내외 신용·금융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2분기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상고하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라고 리서치센터장들은 입을 모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변수였다면 내년에는 Fed의 통화정책 속도가 핵심 키워드”라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금리 인하 속도가 있는데 기대와 다를 경우 급등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분쟁, 국내 부동산 경기와 가계 부채 등 변수를 잘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채권과 주식에 분산 투자

유망 종목을 묻는 질문엔 반도체를 추천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승택 센터장은 “내년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늘리는데, 이는 반도체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 합은 3조원 안팎이지만 내년에는 34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라며 “AI 발달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반도체의 성장 동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 등 플랫폼 업종을 거론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네이버가 내년 AI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며 “현재 10위권인 시총 순위가 5위권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업종 중 네이버로 대표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내년에 양호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주 환원에 나설 정도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성장주 콘셉트를 가진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를 추천한다”고 했다. 조선주를 추천한 정연우 센터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앞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업종을 담아야 한다”며 “상반기에는 조선주, 그 후 시장이 조정받으면 인터넷, 바이오, 2차전지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자산 배분과 관련해선 채권을 중심으로 주식을 담는 전략을 얘기하는 센터장이 많았다. 금리 하락 시 매각 차익과 이자 수익을 함께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철수 센터장은 “배당률이 좋은 우량 채권과 성장주 중심의 주식을 함께 가져가는 바벨 전략을 추천한다”며 “주식은 인도와 같은 신흥국 주식과 혁신 기술주에 분산 투자하는 걸 권한다”고 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지금은 주식과 채권을 5 대 5로 담고 가다가 내년 상반기 주식을 늘리고 채권을 줄이는 전략을 제안한다”며 “미국 경기 둔화로 코스피지수가 2400 이하로 빠질 때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제안했다. 윤석모 센터장도 “자산 배분 전략 측면에서 현금 보유보다는 주식과 채권을 담는 걸 추천한다”며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는 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주식을 중립적으로 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