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부지·전력 부족, 폐수 처리 한계…산단 녹지율도 줄여야할 판
원료 저장시설·항만 확충 필요, 비축기지·하역부두도 추가 구축해야


[※ 편집자 주 :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는 국가 기간 산업의 본산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경쟁 격화, 원자재 가격 상승, 원료 수입 의존 심화 등 위기가 이어지면서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대표적 탄소 배출 업종인 석유화학 업계는 수소로 대표되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소명도 안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여수산단의 위기를 진단하고 탄소중립 시대와 함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야 할 여수산단의 생존 방안을 제언하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
[위기의 여수산단] ② 60년된 노후 기반시설, 경쟁력 저하 주범
여수산단의 위기는 60년 넘어 노후한 기반 시설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서도 비롯됐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공장 신·증설이 필요하지만, 산단에는 공장 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이 부족하고 폐수 처리 능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한 저장 시설과 항만 확충도 시급하다.

[위기의 여수산단] ② 60년된 노후 기반시설, 경쟁력 저하 주범
◇ 21조 신규 투자, 부지가 없다
1967년부터 조성한 여수산단은 전남 여수시 중흥·화치·낙포동 일원 3천255만㎡ 부지에 들어서 있다.

산업시설 2천350만㎡, 지원시설 184만㎡, 공공시설 425만㎡, 녹지 292만㎡ 등이다.

석유화학 138곳, 기계 78곳, 전기·전자 7곳, 철강 6곳 등 300개 업체가 자리 잡았다.

산단 기업들은 설비 증설, 친환경 신사업 전환 등을 위해 2026년까지 21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산단에는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땅이 더는 없고 신규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수시는 산단에 인접한 율촌면, 적량동에 새로운 산업 부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 율촌면(526만㎡)에는 첨단산업·정밀화학·차세대전지를, 적량동(79만㎡)에는 석유화학·고무·금속 등의 업종을 유치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재 산단 녹지율이 9%로 법정 하한선에 근접했는데, 설비 증설 및 신규 투자를 위해 녹지율 축소도 건의하고 있다.

[위기의 여수산단] ② 60년된 노후 기반시설, 경쟁력 저하 주범
◇ 전력 부족, 폐수 처리 한계치
산단 전력 사용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과부하가 발생하는 등 전력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한전이 발전소 2곳·변전소 4곳에서 하루 128만㎿의 전력을 산단에 보내지만, 수요가 계속 늘면서 이미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새로 짓거나 설비를 늘리는 공장은 전력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전력 부족으로 정상 운전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신규 투자에 나선 업체들은 약 770㎿의 추가 공급을 희망하지만, 추가 변전소를 지을 부지도 찾기 어렵다.

여수시, 한전 등은 전력 공급처(가칭 중흥개폐소)를 확충하고 부족 현장이 심각한 기존 변전소 설비를 개선해 전력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송전선로 보강 등을 통해 전력 공급 능력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산단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할 폐수 종말처리시설의 처리 능력도 한계에 직면했다.

현재 월내폐수처리장과 중흥폐수처리장에서 각각 하루 7만t, 6만5천t의 산단 폐수를 처리 중이다.

처리장 가동률은 90% 이상으로 한계치에 도달했다.

신규 투자 대비 폐수처리 용량이 크게 부족해 시설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수시와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은 하루 폐수 처리 용량을 3만t 늘려 16만5천t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위기의 여수산단] ② 60년된 노후 기반시설, 경쟁력 저하 주범
◇ 저장시설·항만 부족…비축기지·하역 부두 추가 구축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기초 원재료인 납사(naphtha)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산단에는 이를 저장할 시설이 부족하고 저장 능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부두 부족으로 체선 비용도 늘어나 업계에 부담을 준다.

납사 저장시설인 사포 1·2부두의 재고 수준은 현재 3일∼2주 분량으로 매우 낮아 불안정한 상황이다.

하역 부두인 사포 부두 점유율도 60∼80%에 이르러 한계치인 70%를 초과해 상습적으로 체선이 발생하고 있다.

항만 당국은 납사 등 물류의 안전성과 유연성을 위해 비축기지, 하역 부두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율촌면과 광양항 일부 부지에는 12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 규모의 납사 비축기지 구축을 검토 중이다.

사포와 인근 낙포부두에는 하역 부두를 추가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25일 "납사 수급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주도 수입, 국전 선단 구축, 해상 저장기기 구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