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격화 속 "휴전 유지 안되면 확전 위험" 경고
이란외무, 레바논서 하마스 지도부와 회동…휴전계획에 '입김'
나흘 휴전과 인질 맞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에 타결된 22일(현지시간) 이란 외무장관이 레바논을 깜짝 방문, 하마스 지도부를 만났다고 미 언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레바논에서 하마스,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지도부를 만나 가자지구의 휴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의 소셜미디어에는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이야,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지도자 지야드 알나칼라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또한 이번 방문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도 회동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 최고 지도자가 추가적인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하마스 고위 관리들과 만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이 헤즈볼라, 하마스, PIJ 등 이란의 후원을 받는 무장정파와 한자리에 모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중동 내 반이스라엘·반미 세력의 후원자이자 배후로 지목받는 이란은 가자지구의 포성을 잠시나마 멈출 이번 휴전계획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외무, 레바논서 하마스 지도부와 회동…휴전계획에 '입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의 이번 레바논 방문은 또한 최근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 접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에 우호적인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이 격화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 편을 들고 나선 헤즈볼라는 6주 넘게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주변에서 이스라엘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여왔다.

지난 21일에는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 방송사 알 마야딘 텔레비전 기자 2명을 포함해 민간인 8명이 사망,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에 강력히 항의하는 등 최근 긴장이 부쩍 고조되고 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날 베이루트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을 지칭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들의 손은 방아쇠 위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알 마야딘 방송과의 회견에서는 만약 휴전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뛰어넘는 전쟁의 확산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적대행위가 계속된다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제해온 것처럼 보인다는 게 국제정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준비 상태'에 있다고 거듭 밝혀, 확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가자지구에서의 나흘간 전쟁을 멈추는 협상이 타결됐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헤즈볼라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2일 이스라엘군의 진지를 강력한 화력의 '부르칸' 로켓으로 공격했고, 23일 새벽에는 헤즈볼라 대원 5명이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