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 예고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고발지침’ 개정안에 경제계와 법조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반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업인에게 과도한 법적 부담을 씌우려는 공정위의 시도가 애초 무리수였음을 반증한다.

최근 행정 예고된 이 지침은 공정위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로 법인을 고발할 때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규정은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밝혀진 경우’에만 총수 일가 등을 고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한지에 대한 조사 없이도 덜컥 고발부터 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감 몰아주기 고발 사유도 확대됐다. 그간 ‘경쟁 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했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 미친 영향,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 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준 피해 중 어느 하나가 현저한 경우에도 고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공정위가 경쟁 촉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이젠 국가 재정과 국민 건강까지 살피겠다니 황당하다. 더구나 ‘건강’이니 ‘사회적 파급효과’니 하는 막연한 문구를 통해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통로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일단 걸고 보자’는 식의 여론 재판이 횡행할 수 있다. 야당마저 반대하는 이유다. 총수 일가의 개입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발을 남발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검찰 수사에 자꾸 의존하게 돼 검찰 위상을 높여주게 될 것이란 게 야당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수출 부진의 다중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있는 규제도 헐어야 할 판에 자의적 규제로 기업인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공정위가 일각의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자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경영 규제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