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몸도 마음도 힘든 폐경기…'남성형 비만'은 질병 촉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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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변화로 암·뇌졸중·관절염 발병 가속화…비만 막는 게 최우선
신체 활동 많을수록 지방·체중 감소 효과…대한폐경학회, 11월 전국서 건강강좌 매년 11월은 대한폐경학회가 정한 '폐경 여성의 달'이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볼 수도 있는 폐경을 두고 의미를 부여한 건 월경의 멈춤으로 정의되는 폐경이 여성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이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로 힘들 때 적절한 치료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뜻도 있다.
학회에 따르면 여성의 폐경은 40대 중후반부터 점차 진행된다.
보통 월경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부터 그 후 1년까지를 '폐경기 전환기' 또는 '인생의 전환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여성의 폐경기 전환기는 대략 45세부터 55세 사이에 나타난다.
여성은 폐경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변화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인히빈의 양이 점차 감소하는 데 따른 이상지질혈증, 지단백질 수치 이상, 비만, 체지방 분포 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비만은 폐경기 여성의 대표 질환으로 꼽힌다.
이 시기 여성의 비만은 증가한 체지방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복부로 이동하는 게 특징이다.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경우가 많아 올챙이처럼 배만 볼록해지는 '남성형 비만'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한 연구에서는 여성의 비만율이 50대를 넘어서면서 남성의 비만율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이때 체중을 관리하지 않으면 폐경기를 지나면서 건강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체중 증가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을 악화시켜 심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의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경 전 여성의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과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낮지만, 폐경이 시작되는 50대가 되면서 점차 남성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2009∼2014년 국가건강검진 등에 참여한 여성 600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분석에서는 폐경 후 적정 체중을 초과하면 유방암과 대장암의 발병 위험이 커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유방암의 경우 정상체중군과 비교해 과체중군이 11%, 비만군이 28%, 고도비만군이 54%가량 발병 위험이 컸다.
대장암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위험도가 각각 6%, 13%, 24% 더 높았다.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이 비만으로 인한 암의 발생을 억제하지만,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비만이 암 발생에 더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대한폐경학회 김미란 회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폐경기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골다공증과 대사증후군, 암, 관절질환, 정신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면서 "여기에 비만이 추가되면 이런 질환의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진행을 가속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폐경기 비만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김태희 교수 연구팀이 대한폐경학회지(Journal of Menopaus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식이요법과 운동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신체 활동이 강한 사람일수록 전신 지방, 복부 지방,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스트로겐의 감소가 폐경기 여성의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관절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체중 부하 운동보다는 개인별 관절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예컨대, 딱딱한 땅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 관절에 무리가 된다면 수영 등의 수중 운동을 통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고 근력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태희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혈중 지질, 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각종 심장질환 예방에 기여하고 비만 중년 여성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운동이 어렵다면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반복하는 것도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방바닥에 허리를 떼지 않고 꼭 붙인 상태에서 복부에 힘을 주고,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편 채로 다리를 90도까지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발이 닿지 않게 내리는 운동을 하루 최소 20회씩, 3세트에서 5세트 정도를 권장한다"면서 "폐경 후 여성이 건강 증진 효과를 얻으려면 폐경 전 여성보다 더 많은 운동 칼로리가 요구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경기에 들어섰다면 11월에 열리는 무료 강좌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여성의 달을 맞아 오는 6일부터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대학병원에서 '건강한 폐경 행복한 삶'을 주제로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강좌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맞춤 밥상, 건강기능식품 바로 알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참가자에게는 산부인과 폐경 전문의로부터 건강상담을 받을 기회가 제공된다.
김미란 회장은 "폐경 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여성 스스로 폐경기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폐경기에는 자각하는 증상이 없더라도 비만을 촉진하는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신체 활동 많을수록 지방·체중 감소 효과…대한폐경학회, 11월 전국서 건강강좌 매년 11월은 대한폐경학회가 정한 '폐경 여성의 달'이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볼 수도 있는 폐경을 두고 의미를 부여한 건 월경의 멈춤으로 정의되는 폐경이 여성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이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로 힘들 때 적절한 치료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뜻도 있다.
학회에 따르면 여성의 폐경은 40대 중후반부터 점차 진행된다.
보통 월경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부터 그 후 1년까지를 '폐경기 전환기' 또는 '인생의 전환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여성의 폐경기 전환기는 대략 45세부터 55세 사이에 나타난다.
여성은 폐경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변화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인히빈의 양이 점차 감소하는 데 따른 이상지질혈증, 지단백질 수치 이상, 비만, 체지방 분포 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비만은 폐경기 여성의 대표 질환으로 꼽힌다.
이 시기 여성의 비만은 증가한 체지방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복부로 이동하는 게 특징이다.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경우가 많아 올챙이처럼 배만 볼록해지는 '남성형 비만'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한 연구에서는 여성의 비만율이 50대를 넘어서면서 남성의 비만율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이때 체중을 관리하지 않으면 폐경기를 지나면서 건강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체중 증가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을 악화시켜 심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의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경 전 여성의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과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낮지만, 폐경이 시작되는 50대가 되면서 점차 남성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2009∼2014년 국가건강검진 등에 참여한 여성 600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분석에서는 폐경 후 적정 체중을 초과하면 유방암과 대장암의 발병 위험이 커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유방암의 경우 정상체중군과 비교해 과체중군이 11%, 비만군이 28%, 고도비만군이 54%가량 발병 위험이 컸다.
대장암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위험도가 각각 6%, 13%, 24% 더 높았다.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이 비만으로 인한 암의 발생을 억제하지만,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비만이 암 발생에 더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대한폐경학회 김미란 회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폐경기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골다공증과 대사증후군, 암, 관절질환, 정신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면서 "여기에 비만이 추가되면 이런 질환의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진행을 가속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폐경기 비만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김태희 교수 연구팀이 대한폐경학회지(Journal of Menopaus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식이요법과 운동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신체 활동이 강한 사람일수록 전신 지방, 복부 지방,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스트로겐의 감소가 폐경기 여성의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관절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체중 부하 운동보다는 개인별 관절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예컨대, 딱딱한 땅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 관절에 무리가 된다면 수영 등의 수중 운동을 통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고 근력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태희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혈중 지질, 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각종 심장질환 예방에 기여하고 비만 중년 여성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운동이 어렵다면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반복하는 것도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방바닥에 허리를 떼지 않고 꼭 붙인 상태에서 복부에 힘을 주고,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편 채로 다리를 90도까지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발이 닿지 않게 내리는 운동을 하루 최소 20회씩, 3세트에서 5세트 정도를 권장한다"면서 "폐경 후 여성이 건강 증진 효과를 얻으려면 폐경 전 여성보다 더 많은 운동 칼로리가 요구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경기에 들어섰다면 11월에 열리는 무료 강좌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여성의 달을 맞아 오는 6일부터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대학병원에서 '건강한 폐경 행복한 삶'을 주제로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강좌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맞춤 밥상, 건강기능식품 바로 알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참가자에게는 산부인과 폐경 전문의로부터 건강상담을 받을 기회가 제공된다.
김미란 회장은 "폐경 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여성 스스로 폐경기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폐경기에는 자각하는 증상이 없더라도 비만을 촉진하는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