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의 75%가 직원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님’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는 악화할 대로 악화한 자영업 생태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는 578만3000명으로, 이 중 437만 명(75.5%)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다. 1년 새 3만4000명 늘었고, 2018년 이후 5년째 증가세를 보이면서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나홀로 사장의 증가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인건비 상승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20~40대 나홀로 사장은 5만3000명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나홀로 사장이 8만7000명 늘어난 것은 고령층 일자리 부족의 방증이다. 50세 이상 비임금근로자가 전체의 65.8%를 차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황과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워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면서 퇴사한 중년층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영업의 취약성이다. 최근 1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43만8000명의 사업 준비 기간을 보면 1~3개월 44.9%, 3~6개월 22.2%로 10명 중 7명이 반년 안에 창업했다. 최초 사업자금 규모가 5000만원 미만인 경우가 70%를 넘는 것도 취약성을 방증한다. 준비가 부족한 채 불황 속에 소자본으로 창업한 결과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나홀로 사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의 난립은 필연적으로 한계 상황과 대규모 파국을 예고한다. 고금리 속에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구하는 건 애초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취업난을 겪는 20~30대,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은퇴 세대가 자영업에 내몰리지 않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일자리 확대의 걸림돌인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