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당정협의회를 열어 전면 금지를 포함한 공매도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뷰 등에서 연내 공매도를 정상화(완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달 중순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금감원 발표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개선을 요구하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냈고, 동의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해 ‘공매도 금지’ 압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한시 중단 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의원들 질의에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해보겠다”고 물러섰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매입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이상 과열과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등 순기능이 적지 않다. 대부분 선진국이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유다. 물론 시장을 교란해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공매도 세력은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금감원이 특별조사단을 꾸려 6일부터 시작하는 글로벌 IB 전수조사는 늦었지만 적절한 대응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3월 이후 1년2개월간 전면 금지했다가 부분 재개한 공매도를 다시 금지하는 것은 퇴행적이다.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외국 자본 유입 확대를 위해서도 공매도 전면 허용은 불가피하다. 전면 금지 시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표를 따지는 정치권이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부화뇌동해 금융당국을 코너로 몰 일은 아니다. 개인보다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상환 기간, 담보 비율 등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개선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