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감소 속 강약조절·효율화…'약자·안전·매력' 3대 분야 중점투자
약자동행 13조5천억 투입…가족·보훈·생애전환 '시민 삶' 예산 촘촘히
오세훈 "복귀 3년차, 이제 디테일 챙기며 본격추진"…'민간·창의' 강조
내년 서울시 예산 45.7조…축소에도 약자동행 확대·안전강화(종합)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45조7천230억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의 47조1천905억원보다 1조4천675억원(3.1%) 감소했다.

서울시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다만, 양극화 해소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13조2천100억원에서 13조5천125억원으로 3천25억원(2.3%) 늘려 시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시는 설명했다.

예산은 ▲ 약자와의 동행 ▲ 안전한 서울 ▲ 매력적인 서울 등 서울이 시정 비전인 '동행·매력특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단단한 계층이동 사다리를 놓고 사회 안전과 통합을 끌어낼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안전도시 구현', 도시 공간·관광 혁신을 통한 '매력 서울'을 만드는 데도 방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내년 서울시 예산 45.7조…축소에도 약자동행 확대·안전강화(종합)
◇ 13년 만에 줄어든 예산…낭비 줄이고 효율 극대화
중복 계상된 회계 간 전출입금을 제외한 순계예산 규모는 41조2천125억원으로 올해보다 3천705억원(0.9%) 줄었다.

법정의무경비를 제외한 실 집행예산은 28조9천30억원이다.

줄어든 주요인은 세입 감소다.

세입 예산은 시세의 경우 기업 실적 둔화와 집값 하락으로 올해 대비 6천465억원 줄어든 24조2천353억원으로 추계됐다.

이 영향으로 시정 8대 분야 중 사회복지, 문화관광, 일반행정을 제외한 5개 분야의 예산이 줄어 올해 대비 1천777억원 감소(0.7%)한 25조6천912억원이 편성됐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시로 돌아와서 일한 지 이제 3년 차에 접어든다"며 "이제 디테일을 챙기면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타이밍에 안타깝게도 세수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도 늘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늘렸다.

이 예산은 줄일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시설물 투자와 관련해서는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초기에 세웠던 하드웨어나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하는 사업에 드는 비용도 눈물을 머금고 줄일 수밖에 없다"며 "민간투자사업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창의적 발상으로 새 아이디어를 가미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수 감소와 관련해 김상한 기획조정실장은 "전체적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굉장히 축소되면서 지방소비세가 줄어드는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사회복지 예산은 기준중위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급여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4천25억원(2.5%) 늘었다.

전년 대비 증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문화 향유 기회가 확대되면서 문화관광은 244억원(2.9%)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등으로 인해 일반행정은 203억원(2.0%)이 증가했다.

가장 큰 폭 감액된 분야는 도로교통이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상승을 고려해 재정 지원이 축소됐고 별내·진접·동북선 철도건설 사업 공정을 고려한 실소요액 반영, 운수업계 유가보조금 감소 등으로 3천88억원(11.8%) 줄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자 지방채는 2024년 상환예정액인 1조6천908억원과 동일한 규모로 발행해 총채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

시는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낭비적 지출을 조정하고 집행 효율을 극대화해 약 1조9천330억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서울시 예산 45.7조…축소에도 약자동행 확대·안전강화(종합)
◇ 어려워도 약자·안전·매력 놓치지 않는다
재원은 '약자·안전·매력' 3대 중점 분야의 13대 핵심과제에 집중적으로 들어간다.

우선 민선 8기 시정 목표인 약자와의 동행 사업을 가속하기 위해 13조5천125억원을 투입한다.

사각지대 없는 복지체계를 마련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취약계층을 돕는 주요 4대 분야(생계, 주거, 의료·건강, 교육·여가)의 지원을 이어가고, 이상동기 범죄 등으로 인한 불안을 덜고자 범죄 예방과 대응력 강화에 주력한다.

세부적으로 중위소득 50% 이하 위기가구(500가구)에 안심소득 총 56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가족돌봄청년 전담기구 운영과 일상돌봄 서비스에는 10억원을 투입한다.

전세사기 예방 등을 위해 신혼부부 3천500명에 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비용, 청년 2만2천명에 전세보증보험료를 지원하는 데 31억원을 편성했다.

또 83억원을 들여 평일 야간과 휴일 소아진료가 가능한 안심의원(8개)·안심병원(8개)·전문응급센터(3개)·야간상담센터(2개)를 지정해 운영한다.

사회안전을 확보하고자 안심마을 보안관(26억원)은 기존 15개에서 25개 전체 자치구로 확대한다.

내년에는 1역사 1동선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며 진행 중인 4곳의 잔여 공사비는 383억원이다.

다음으로 시는 범지구적 과제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재난으로부터 회복력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2조1천376억원의 '안전 투자'를 단행한다.

내년 착공하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3개소)에 1천49억원을 투입하고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해 침수취약지역 방재력을 높인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 첫선을 보이는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에는 401억원이 편성됐다.

동행카드를 쓰면 월 6만5천원으로 시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공간 혁신을 비롯해 미래 먹거리인 창조산업 육성,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고 매력을 높이는 데 1조272억원을 투자한다.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창동상계 동서 간 연결교량 등 창동 일대 개발(253억원)과 전통시장 디자인 건축혁신(14억원)으로 노후 공간을 탈바꿈하고, 시내 어디서나 녹지를 누릴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숲(15억원)·서울광장 숲(27억원)을 조성한다.

서울항 조성, 리버버스 신규 도입 등 '한강르네상스 2.0' 추진에도 박차를 가한다.

◇ '시민 삶 응원' 예산도 세심히
중점 분야 외에도 가족의 탄생과 돌봄, 생애전환기에 놓인 청년·중장년·어르신을 비롯해 우리 사회 '숨은 영웅'의 헌신에 걸맞은 지원에 나선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부모급여를 확대하고 다자녀 지원을 강화한다.

돌봄 공백을 메울 아이돌봄 서비스 부담금도 지원한다.

대학생 기업연계 직무체험을 신설하고 중장년 대학교육 지원을 강화한다.

저소득 어르신 동행식당을 운영하고 요양시설에 돌봄 로봇을 도입한다.

보훈 제대군인 참전명예수당은 월 15만원까지 확대되고 비참전 상이유공자 예우수당을 신설한다.

예비군 훈련장 이동버스도 각 자치구별로 신규 지원한다.

내년 서울시 예산 45.7조…축소에도 약자동행 확대·안전강화(종합)
오 시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서울의 미래를 위한 약자와의 동행, 시민이 안심하는 안전한 서울, 창의와 혁신의 매력적인 서울에 재정 수요를 골고루 배정했다"며 "어떠한 상황에도 시민과 약속한 약자와의 동행 사업을 굳건히 이어 나가고 안전하고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안에 교통방송(TBS) 지원 예산이 빠진 데 대해 김 실장은 "TBS 관련 부분은 조례안이 폐지돼서 예산을 담을 수 있는 근거조항 자체가 없다"며 "예산안에 담기지 않은 상태로 의회에 제출됐다.

이제는 시의회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