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으로 해외 부동산·가상화폐 사들여…직원 시켜 증거은닉도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세워 회삿돈 50억 빼돌린 사주 중형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해외로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제조업체 사주가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태웅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횡령과 대외무역법·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기업 정모(52) 전 부사장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49억2천여만원을 선고했다.

A 기업의 실질적 사주였던 정씨는 2009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1년간 원목 등 합판 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들을 거래 중개 기업으로 위장해 해외 비자금 61억원을 조성하고 해외 부동산과 가상화폐 구입 등에 쓴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거래마다 수수료가 다르게 책정된 점을 고려해 범죄액을 총 49억2천476만492원으로 산정했다.

정씨는 2007년 5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을 통해 홍콩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A 기업이 해외 거래처와 원목수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물량 확보와 가격 협상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위장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빼돌린 뒤 개인적인 투자에 사용했다.

2020년 4월에는 이 같은 범행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A 기업 소속 직원에게 허위 거래 관련 이메일과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10년 이상 기간 수입 가격을 부풀려 433만달러 상당의 자금을 국외 도피하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런 행위는 회사의 부실을 초래하고 직원과 주주들에게 실질적 손실을 가한 것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직원을 통해 증거 인멸을 교사하기까지 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 역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씨가 지난 6월 기업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