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테너' 보스트리지 "나의 노래로 꿈의 세계 여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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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내한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 올라
시그니처 레퍼토리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인간사 담고 있어"
"철학 석사, 역사학 박사 경험…성악가 밑거름"
"브리튼과 전쟁 간의 연관성에 관해 얘기할 것"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 올라
시그니처 레퍼토리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인간사 담고 있어"
"철학 석사, 역사학 박사 경험…성악가 밑거름"
"브리튼과 전쟁 간의 연관성에 관해 얘기할 것"
영국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9)의 이름 앞엔 한 몸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노래하는 인문학자’ 또는 ‘박사 테너’다. 음악 전공생이 아닌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석사,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문학자’ 출신의 성악가라서다. 옥스퍼드대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가 테너의 길을 걷게 된 건 1993년 그의 나이 29세 때의 일이다.
독일 출신 유명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눈에 들며 성악가로 데뷔한 ‘늦깎이’였지만, 그의 남다른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데뷔 3년 만인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차지하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보스트리지는 이후 그래미상,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 등 국제적 권위의 상을 모조리 휩쓸면서 당당히 세계 정상급 테너 반열에 올라섰다.
보스트리지가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9~22일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 주최 음악 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보스트리지는 첫날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란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열고, 닷새 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그의 시그니처 레퍼토리인 벤자민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음악은 인간의 영역인 동시에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라며 “인간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와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도덕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선 인문학을 공부하는 일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에 대한 답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인문학과 음악 어느 한쪽도 놓지 않고 제 삶의 동반자로 두는 이유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가 들려주는 ‘일뤼미나시옹’은 영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이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아홉 개의 산문시에 선율을 붙인 작품이다. 보스트리지는 2005년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이 작품을 녹음한 앨범을 발표해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엔 단어의 뜻을 몰라도 듣는 것만으로 바로 이해되는 소리의 세계가 담겨 있다“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리고, 소리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 곡은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어요. 관능적이면서도 재미있고, 동시에 어둡기도 합니다.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랄까요. 규모가 큰 곡이지만 슈베르트, 슈만 못지않게 세세한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작품 본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죠. 이전보다 어두워진 제 음악적 색채와 정제된 표현으로 청중이 마치 꿈의 세계에서 감정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보스트리지는 인문학자로서의 경험이 성악가로 성장하는 데 좋은 거름이 됐다고 했다. “철학, 역사학을 공부할 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끝까지 분석하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어요. 이런 훈련이 음악가로서 작품의 배경을 첨예하게 이해하고 깊이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성악가는 음악적 확신을 얻기 위해 자신과 끝없이 싸울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매일같이 소리를 다듬고, 한 음표 한 음표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그런 음악가요. 제 집요함과 일관성의 힘을 만들어준 시간이 바로 그때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강연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관해 얘기하려 합니다. 최근 세계의 가장 큰 화두가 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잖아요. 저 또한 이 전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매체의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현시점에서 전쟁이란 주제와 평화, 반전 메시지를 담은 걸작 ’전쟁 레퀴엠‘을 탄생시킨 작곡가 브리튼을 함께 다룰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강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독일 출신 유명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눈에 들며 성악가로 데뷔한 ‘늦깎이’였지만, 그의 남다른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데뷔 3년 만인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차지하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보스트리지는 이후 그래미상,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 등 국제적 권위의 상을 모조리 휩쓸면서 당당히 세계 정상급 테너 반열에 올라섰다.
보스트리지가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9~22일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 주최 음악 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보스트리지는 첫날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란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열고, 닷새 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그의 시그니처 레퍼토리인 벤자민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음악은 인간의 영역인 동시에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라며 “인간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와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도덕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선 인문학을 공부하는 일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에 대한 답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인문학과 음악 어느 한쪽도 놓지 않고 제 삶의 동반자로 두는 이유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가 들려주는 ‘일뤼미나시옹’은 영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이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아홉 개의 산문시에 선율을 붙인 작품이다. 보스트리지는 2005년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이 작품을 녹음한 앨범을 발표해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엔 단어의 뜻을 몰라도 듣는 것만으로 바로 이해되는 소리의 세계가 담겨 있다“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리고, 소리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 곡은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어요. 관능적이면서도 재미있고, 동시에 어둡기도 합니다.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랄까요. 규모가 큰 곡이지만 슈베르트, 슈만 못지않게 세세한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작품 본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죠. 이전보다 어두워진 제 음악적 색채와 정제된 표현으로 청중이 마치 꿈의 세계에서 감정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보스트리지는 인문학자로서의 경험이 성악가로 성장하는 데 좋은 거름이 됐다고 했다. “철학, 역사학을 공부할 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끝까지 분석하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어요. 이런 훈련이 음악가로서 작품의 배경을 첨예하게 이해하고 깊이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성악가는 음악적 확신을 얻기 위해 자신과 끝없이 싸울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매일같이 소리를 다듬고, 한 음표 한 음표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그런 음악가요. 제 집요함과 일관성의 힘을 만들어준 시간이 바로 그때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강연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관해 얘기하려 합니다. 최근 세계의 가장 큰 화두가 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잖아요. 저 또한 이 전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매체의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현시점에서 전쟁이란 주제와 평화, 반전 메시지를 담은 걸작 ’전쟁 레퀴엠‘을 탄생시킨 작곡가 브리튼을 함께 다룰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강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