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전환에 150조 엔 투자…GX에 미래 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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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녹색전환(GX)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정책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탈탄소·에너지·안정공급·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14가지 분야별 지원책을 추진하며, 이행금융 및 탄소부과금 제도 도입으로 탈탄소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나선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2023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전환 이니셔티브인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 GX)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목표, 방향성, 수단이 담긴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 추진 전략(이하 GX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은 운송, 제조업 중심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이자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세계 주요 에너지 수입국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은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 발전이 동반된 구조적 전환을 모색하는 친환경 정책 추진에는 미온적이었다.
청정에너지로 산업과 사회구조 전환
일본은 2020년 10월 스가 내각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에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3년 대비 26%에서 46% 혹은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주 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재생에너지의 2030년 목표 에너지 전원 비율을 22~24%에서 36~38%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적으로는 2020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14개 중점 사업별 실행계획을 담은 ‘녹색성장전략’을 발표(2021년 5월 개정)하고, 정책 수단으로 약 2조 엔 규모의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 금융(이행 금융), 세제 지원 등을 마련했다. 다만 이때까지도 일본은 온실가스배출에 대해 탄소가격을 책정하는 탄소가격제 도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2021년 10월에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스가 내각의 탈탄소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2023년 2월에는 GX 실현을 위한 기본 방침을 발표하고, 이후 GX 추진법과 GX 탈탄소 전원법을 각각 4월과 5월에 책정했다. 7월에 발표한 GX 추진 전략은 GX 추진법에 근거해 경제산업성 주도로 작성된 문건으로 GX 정책, 탄소가격제 도입, 국제협력, 사회 전반에 걸친 GX 추진 등 크게 4개 본문으로 구성된다.
먼저 일본은 GX를 통해 탈탄소, 에너지 안정 공급,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 등 3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분야별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제조업의 구조 전환,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암모니아, 전력·가스시장 정비,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 2차전지, 자원순환, 운송, 디지털 투자, 주택·건축물, 인프라, 카본 리사이클/CCS, 식량·농림수산업 등 14개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GX 정책의 수혜 산업 분야와 전반적 이행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 엔 규모의 투자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재원 마련책으로 GX 경제이행채(국채) 신설, 탄소가격제 도입,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첫째 일본은 2023년부터 향후 10년간 20조 엔 규모의 GX 경제이행채를 발행해 선행 투자를 시행함으로써 민간투자를 장려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둘째는 탄소가격제 도입이다. 일본은 강제성이 높은 탄소가격제의 본격적 도입을 꺼려왔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 저하 및 및 국외로의 생산 이전 가능성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 때문이다.
2023년 현재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탄소세(지구온난화대책세), 기업이 자발적으로 달성한 탄소배출 삭감분에 대해 거래를 가능케 하는 카본 크레디트 제도(J-credit), 기업 자율참여형 배출권거래제 시범 사업인 ‘GX 리그’다. 이에 더해 일본은 다음과 같은 탄소가격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2033년부터 유상 경매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화석연료 수입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탄소배출 부과금은 2028년부터 도입한다. 2024년에는 탄소가격제 구상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GX 추진 기구를 신설한다. 아울러 녹색금융과 함께 다배출 산업의 전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이행 금융, 혼합 금융, 지속가능 금융 등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의 중요성 또한 잊지 않고 있다. 탈탄소 이행 위한 국제 협력
일본 정부는 GX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국제 협력을 주도할 방침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GX 실현을 목표로 AZEC(Asia Zero Emission Community)를 통한 금융·기술 지원 및 정책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개발한 공동 감축 메커니즘(Joint Crediting Mechanism, JCM) 즉 일본 기업이 제휴국에 진출해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고 감축 실적을 양국 간 나눠 갖는 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사회 전반에서 탈탄소 전환을 이루기 위해 화석연료산업에서의 일자리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중소기업의 탈탄소를 위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제적으로 탈탄소 이행을 위한 규제 및 지원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도 자국 여건을 고려해 GX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향후 관련 산업 발전이 기대되는 바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책적으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강조해 중기적 탈탄소 목표 실현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다. 암모니아 혼소 기술이 기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연장하는 방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가격제와 관련해서는 자금 상환 계획의 불투명성, 탄소가격 인상 수준 불충분 및 강제성 부족으로 인한 감축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일본의 GX 추진 전략은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먼저 탈탄소 이행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조달책으로 추진되는 일본의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의 탄소부과금 제도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JCM 같은 일본의 국제 감축 사업 전략도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활용이 가능한 분야다. 탈탄소 이행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도 기대된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한 청정에너지 공급망 강화와 같은 에너지 안보 공조, 탄소중립 기술 협력, 제3국 기후변화 관련 개발협력사업 공동 추진 등을 통해 양국 간 구체적 협력 성과를 이루고 나아가 상호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보람·손원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전문연구원·연구원
청정에너지로 산업과 사회구조 전환
일본은 2020년 10월 스가 내각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에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3년 대비 26%에서 46% 혹은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주 전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재생에너지의 2030년 목표 에너지 전원 비율을 22~24%에서 36~38%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적으로는 2020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14개 중점 사업별 실행계획을 담은 ‘녹색성장전략’을 발표(2021년 5월 개정)하고, 정책 수단으로 약 2조 엔 규모의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 금융(이행 금융), 세제 지원 등을 마련했다. 다만 이때까지도 일본은 온실가스배출에 대해 탄소가격을 책정하는 탄소가격제 도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2021년 10월에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스가 내각의 탈탄소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2023년 2월에는 GX 실현을 위한 기본 방침을 발표하고, 이후 GX 추진법과 GX 탈탄소 전원법을 각각 4월과 5월에 책정했다. 7월에 발표한 GX 추진 전략은 GX 추진법에 근거해 경제산업성 주도로 작성된 문건으로 GX 정책, 탄소가격제 도입, 국제협력, 사회 전반에 걸친 GX 추진 등 크게 4개 본문으로 구성된다.
먼저 일본은 GX를 통해 탈탄소, 에너지 안정 공급,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 등 3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분야별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제조업의 구조 전환,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암모니아, 전력·가스시장 정비,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 2차전지, 자원순환, 운송, 디지털 투자, 주택·건축물, 인프라, 카본 리사이클/CCS, 식량·농림수산업 등 14개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GX 정책의 수혜 산업 분야와 전반적 이행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 엔 규모의 투자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재원 마련책으로 GX 경제이행채(국채) 신설, 탄소가격제 도입,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첫째 일본은 2023년부터 향후 10년간 20조 엔 규모의 GX 경제이행채를 발행해 선행 투자를 시행함으로써 민간투자를 장려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둘째는 탄소가격제 도입이다. 일본은 강제성이 높은 탄소가격제의 본격적 도입을 꺼려왔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 저하 및 및 국외로의 생산 이전 가능성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 때문이다.
2023년 현재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탄소세(지구온난화대책세), 기업이 자발적으로 달성한 탄소배출 삭감분에 대해 거래를 가능케 하는 카본 크레디트 제도(J-credit), 기업 자율참여형 배출권거래제 시범 사업인 ‘GX 리그’다. 이에 더해 일본은 다음과 같은 탄소가격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2033년부터 유상 경매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화석연료 수입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탄소배출 부과금은 2028년부터 도입한다. 2024년에는 탄소가격제 구상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GX 추진 기구를 신설한다. 아울러 녹색금융과 함께 다배출 산업의 전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이행 금융, 혼합 금융, 지속가능 금융 등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의 중요성 또한 잊지 않고 있다. 탈탄소 이행 위한 국제 협력
일본 정부는 GX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국제 협력을 주도할 방침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GX 실현을 목표로 AZEC(Asia Zero Emission Community)를 통한 금융·기술 지원 및 정책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개발한 공동 감축 메커니즘(Joint Crediting Mechanism, JCM) 즉 일본 기업이 제휴국에 진출해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고 감축 실적을 양국 간 나눠 갖는 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사회 전반에서 탈탄소 전환을 이루기 위해 화석연료산업에서의 일자리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중소기업의 탈탄소를 위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제적으로 탈탄소 이행을 위한 규제 및 지원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도 자국 여건을 고려해 GX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향후 관련 산업 발전이 기대되는 바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책적으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강조해 중기적 탈탄소 목표 실현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다. 암모니아 혼소 기술이 기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연장하는 방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가격제와 관련해서는 자금 상환 계획의 불투명성, 탄소가격 인상 수준 불충분 및 강제성 부족으로 인한 감축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일본의 GX 추진 전략은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먼저 탈탄소 이행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조달책으로 추진되는 일본의 새로운 금융 수단 개발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의 탄소부과금 제도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JCM 같은 일본의 국제 감축 사업 전략도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활용이 가능한 분야다. 탈탄소 이행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도 기대된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한 청정에너지 공급망 강화와 같은 에너지 안보 공조, 탄소중립 기술 협력, 제3국 기후변화 관련 개발협력사업 공동 추진 등을 통해 양국 간 구체적 협력 성과를 이루고 나아가 상호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보람·손원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전문연구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