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임장생활기록부>, 한남동에 왔습니다. 한남동은 서울의 딱 중심이고 노른자 땅이죠. 뉴타운 지정 20년 만에, 최근 정비사업에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남동은 최고급 주거단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요. 쭉 둘러보면서 관련 이슈들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한남뉴타운이라고 부르는 곳, 용산구 한남동이랑 보광동, 이태원동, 동빙고동입니다. 33만 평을 재개발해 1만2000가구가 들어옵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이고, 상급지 조건도 갖췄습니다. 서울의 중심인 데다 한강과 남산, 용산공원에 둘러싸인 트라이앵글 구조입니다.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유엔사 부지 등 주변 개발사업 규모가 매머드급입니다. 신분당선도 연장되죠. 기존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 같은 최고급 아파트도 포진해 있어요.
단점도 있어요. 동네 자체가 언덕투성이입니다. 게다가 남산 때문에 고도제한이 있어서 초고층은 못 짓습니다. 대중교통은 애매해요. 외곽에 6호선이랑 경의중앙선이 지나갑니다.
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이렇게 알짜배기 땅이 왜 20년 이상 개발이 안됐을까요? 뭐 전국에 사연없는 땅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속도를 내려던 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슈로 표류하기 시작했구요, 결정적으로 서울 시장이 바뀌면서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또 좋은 조건이 양날의 검이 됩니다.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나다보니 지분쪼개기 같은 이해충돌과 걸림돌도 많았어요. 최근에 정신없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사실상 용산개발의 핵심 축이거든요. 한남뉴타운이 총 5개 구역인데요, 주요 구역들 쭉 돌아볼게요.
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규모나 체급, 상징성 등에서 대장인 3구역에 왔습니다. 동네도 한남동이구요, 5800가구 들어오고, 최고층은 22층이예요. 2029년 입주 목표로, 시공사는 현대건설이예요. 진행 속도도 가장 빠릅니다. 올해 관리처분인가 받았고, 이달 말부터 이주를 시작해요. 이주비만 2조 원 규모라, 국내 정비사업 이주비 중 최고입니다. 거액의 이주비가 풀리면 주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한남뉴타운에서 나오는 첫 단지기 때문에 3구역 시세 형성이 기준이 됩니다.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20평대가 10억 원대 초반, 30평대가 15억 원대이고, 프리미엄은 8억 이상 형성돼 있어요.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조합원 3800명 중에 200명 넘게 현금청산 대상이에요. 도정법상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받은 사람은 앞으로 5년간 재당첨 금지입니다.
게다가 4구역과 맞닿은 구간이 지반이 낮아 침수 우려가 있어요. 지반고를 높이면 고도제한 때문에 일반물량이 줄죠.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다행히 사업성 변경 없게끔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지반고 높이는 공사는 동시에 해야 하는데 두 구역의 사업 진행속도가 다릅니다.

5구역은 2500가구 나오고, 최고층은 23층이예요. 5구역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일단 한강을 접한 면적이 가장 넓어요. 한강공원 바로 앞인데다 용산공원과 연결됩니다. 게다가 중대형 평수가 좀 많아서 사업성도 우수하죠. 옆 동네가 전통 부촌으로 알려진 동부이촌동이예요. 부촌 벨트를 이을 수 있는 거죠. 또 대부분이 평지입니다.
건축심의 앞두고 있고, 통과되면 시공사 선정 들어갑니다. 5구역의 골칫거리는 변전소였어요. 이 문제 때문에 좀 지지부진했는데, 조합이 변전소 이전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정리됐습니다.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올 예정이예요. 5구역은 현재로서는 지하철역이 멉니다. 하지만 신분당선이 연장되면 동빙고역에서 한번 서는데, 5구역 바로 뒤입니다. 수혜를 보는 거죠. 5구역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될 곳으로 꼽힙니다.
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2구역은 1500가구 예상하고, 시공사는 대우건설이예요. 한남서밋이 됩니다. 규모가 작지만 알짜배기 구역으로 꼽힙니다. 조합원이 적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3구역 다음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상가 빼고 진행하기로 했어요. 한남뉴타운 내 유일한 초품아예요. 보광초가 있습니다. 유엔사터도 가깝고, 이태원역 초역세권이예요. 아쉬운 점도 있어요. 유일하게 한강조망이 안나옵니다. 이슬람사원도 있어요.
최근에 이슈가 있었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생겼습니다. 초기 시공사 선정 당시 대우건설 측은 "원래 14층으로 지어야 하지만 21층으로 짓겠다"고 내걸었고, 롯데건설을 제치고 선정됐습니다. 21층이 118m인데, '118 프로젝트'라고 내세웠죠.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고도제한을 풀기로 했는데, 한남은 제외했어요. 여기 건폐율이 42%나 됩니다. 그러자 조합 내 동요가 생겼고 최근 시공사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실시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대우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대우건설 대표까지 나서서 조합원들을 설득했죠.
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한남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4구역은 한남의 마지막 퍼즐이예요. 2100가구인데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옵니다. 사업성이 좋습니다. 한강과 맞닿아 있어서 입지도 괜찮아요.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비오면 잠깁니다. 지반이 낮아서 상습 침수돼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지반고 높여달라”고 요청해왔고 최근 4m 상향하기로 했어요. 또 상가 비율이 높아서 잘 풀어가야합니다. 진행 상황은 아직 초기단계에요. 건축심의를 통과 못했거든요. 또 여기는 보광역이 생기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신동아아파트는 전면 재개발 하기로 했어요.

1구역도 사연이 많은데요, 이태원역 초역세권이라 입지가 아주 좋아요. 근데 상가한테 발목을 잡혔어요. 상가 반대로 2018년 뉴타운이 해제됐어요. 상권은 잘 되는데, 주거지는 슬럼화됐죠. 그래서 최근 뒤늦게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성이 뛰어나서 전망이 밝습니다.

한남뉴타운은 사실 단점도 많아요. 높이 규제 때문에 옆으로 빽빽하게 지어야 합니다. 게다가 일부 구역은 중소형 위주라 아쉽습니다. 결국 관건은 높이제한을 풀 수 있느냐가 될 전망입니다. 가는 길이 꽤 험난하겠지만 잘 해결하길 바랍니다. 한남뉴타운 성적표 공개합니다.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조희재 PD 촬영 이문규·조희재·신정아·정준영 PD
편집 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