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 드레스'가 여의도에 왔다
“키스는 황홀할지 몰라도 아파트 집세를 내주진 않죠. (…) 다이아몬드야말로 여자의 베스트 프렌즈!”

눈부신 금발 머리,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손을 쭉 뻗자, 그 옆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화려한 보석을 대령한다. 여자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외친다. “티파니! 까르띠에!”

1953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속 이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장면이다. 새파란 신인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는 돈을 밝히는 쇼걸 로렐라이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3년 뒤 먼로는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환풍구 바람으로 한껏 부푼 치마를 요염한 표정으로 누르고 있는 장면으로 지구촌 최고의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마릴린 먼로 드레스'가 여의도에 왔다
먼로를 상징하는 두 벌의 드레스가 서울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로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윌리엄 트라비아가 만든 작품이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개봉 70주년을 맞아 이랜드그룹이 켄싱턴호텔에서 개최한 ‘마릴린 먼로 특별전’이다. 이랜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먼로 소장품은 100여 점. 이들 가운데 드레스와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 그리고 먼로의 와인잔 등 5점 등을 수장고에서 꺼내 호텔 로비에 전시했다. 먼로는 미모의 비결을 묻는 말에 “샤넬 넘버5(향수 이름)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고급 스파클링 와인)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먼로는 친부모로부터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세 번 이혼했다. 서른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인생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톨스토이 책을 200권 넘게 보유한 독서광, 연기와 창작을 진지하게 탐구한 예술가였다. 전시회장 뒤쪽에는 생전에 먼로가 한 말이 적혀 있다. “계속 웃어라. 인생은 아름답고, 웃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