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지급 거절' 등 악용할 것…지원 방안 없으면 정보전송 보이콧"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6일 국회에서 통과되자 의료계가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민생법안 처리라는 각본대로 법안 의결을 강행해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축적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 거절'이나 '가입 거부' 등의 명분으로 개정안을 활용할 수 있고, 오히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협회는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해 법안 심의를 강행한 국회와 정부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다시 한번 끝없는 분노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개정안이 의료법에 상충하는지 별도의 법률 검토를 통해 위헌 소송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을 제외한 다른 기관으로 '정보 전송 대행기관'을 정하고, 전자적 전송 방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의 지원 방안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기관이 전송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미지급 등에 따른 환자의 민원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협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분노"…위헌소송 예고
일부 환자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실손보험으로 지난해에만 1조5천억여원의 손실을 봤다는 민영보험사들이 전자적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을 더 지급해 주겠다는 것은 '동그란 네모'처럼 모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국민 대다수가 의료데이터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인식한다면서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이 가능해지면 민영보험사들이 수집·축적하는 개인의료정보들도 이런 유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악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들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는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