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오후 중국 항저우 베이징위안 생태공원 내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한민국과 대만의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페이커(이상혁, 오른쪽)와 쵸비(정지훈)가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29일 오후 중국 항저우 베이징위안 생태공원 내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한민국과 대만의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페이커(이상혁, 오른쪽)와 쵸비(정지훈)가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스1
“페이커(이상혁)만 있는 줄 알았는데 쵸비(정지훈) 그 선수도 잘하더라” “제우스(최우제), 케리아(류민석) 어린 선수들이 실력 좋더라” “카나비(서진혁), 룰러(박재혁)는 중국에서 그렇게 잘한다며”

지난 9월 2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선수단이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기자가 추석 연휴 동안 친척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아시안게임이 추석 연휴와 겹쳐 진행되면서 기존에 주로 롤을 시청하던 2030세대 외에도 4050 중장년층에서도 롤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스레 국가대표 선수단이 참가하는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롤드컵은 5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일반 대중에게 '롤'하면 떠오르는 건 '페이커(이상혁)' 정도였다. 롤드컵 3회 우승, MSI 2회 우승, LCK 10회 우승 등 이상혁은 그가 일군 커리어만큼 롤판의 아이콘으로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 외에는 지난 2022 롤드컵을 우승한 데프트(김혁규)가 뉴스에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가 6전 7기 만에 롤드컵 우승컵을 차지한 스토리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밈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며 '롤판의 차세대 스타들'이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이어지는 질문은 "그럼 이제 페이커의 시대는 저물었냐?"라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상혁은 8강 이후 선발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올해만 해도 모든 국내 대회 결승에 올라 정지훈과 1, 2위를 다퉜다. 물론 그의 폼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에는 일부 동의한다. 예전의 그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에 데뷔한 그는 2016년까지 불과 4년 사이에 세계 최고의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3번이나 우승했다. 2017년까지 국내 대회인 LCK 우승만 6회, 말 그대로 밥 먹듯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커 또한 최정상급 미드 라이너다. 그가 가장 부진했던 2018년 이후만 봐도 그는 LCK 우승을 4번이나 차지했다. 그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LCK 결승에만 8회 진출했다. 그중 절반인 4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더 좁혀봐도 지난 2021 여름부터 올해 여름까지 총 다섯 시즌 연속 LCK 결승전에 진출했다. 같은 기간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한 연도에 모두 롤드컵에 출전했다. 2019년과 2021년엔 4강, 2022년엔 결승에 올랐다. 소속팀인 T1 역시 그의 꾸준함에 믿음을 보였다. T1은 지난해 이상혁과 3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포스트 페이커’를 찾기엔 여전히 이상혁이 건재하다는 얘기다. 아마 그런 점에서 기존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에게도 그리고 대중에게도 올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2023 롤드컵이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혁이 그간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우승에 성공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해 낼지 아니면 정지훈이 첫 번째 우승컵을 차지하며 자신의 시대임을 선포할지 말이다. 물론 작년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성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