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형평성 이유로 역차별받는 오피스텔
정부가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전 업계에서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 기대가 높았다. 정부 대책에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전용면적 85㎡ 미만 중소형을 주택 수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 발표 전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현실적으로 젊은 층의 주거 기능을 하지만, 도심에 빠른 속도로 공급하다 보니 주차장이나 소방 등에서 규제를 완화한 면이 있다”며 “여러 규제를 다 받는 아파트와의 형평성 문제가 자꾸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나 형평성 문제에 부닥치다 보니 아직 결론을 낸 바 없고 고민이 깊다”고 했다. 결국 오피스텔 규제 완화는 없던 일이 됐다.

부동산 대책에 등장한 형평성

역대 정부마다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올해 처음으로 ‘형평성’이라는 개념이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졌다.

형평성의 사전적 의미는 ‘형평을 이루는 성질’이다. 형평은 ‘균형이 맞음’이고, 균형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다. 양쪽이 동등한 상태인 셈이다.

그런데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동등한 상태일까. 아파트는 공동주택으로 주택법을 적용받는 주거시설이다. 어린이집 경로당 등 각종 부대시설과 조경시설도 갖춰 인기가 높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을 적용받는 업무시설이다. ‘아파텔’이라고 해서 주거용으로 많이 사용하다 보니 주거시설로 이용 가능한 준주택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뿌리가 다르다. 정부가 주거용 오피스텔로 사용할 때는 사실상 주거시설로 간주해 주택 수 산정에 포함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아파트를 살 경우 주택 두 채를 보유한 것으로 간주해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이후 수도권에 오피스텔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달 말 흔히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내년 말까지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주거용으로 쓰는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법을 지켜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 사용 중인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급 가뭄' 해결할 대안 주거 외면

정부의 공급 대책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민간과 공공의 주택 부족을 메우려는 조치였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이 부족한 주거시설을 메우는 대안 주거로 손색이 없다”며 관련 규제 완화가 건설·시행사의 유동성 해소는 물론 실질적인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은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고, 대출 때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도 높다. 임대사업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기 힘든 서민과 젊은 층에 임대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형평성이라는 잣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앞으로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선택 폭이 좁아지고 아파트 집중도가 높아져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3년 뒤 아파트 공급 가뭄을 어떻게 막을지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