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원룸 한 채 사뒀는데…'생애 최초 특공' 성공 전략은
"주택 공급대책이라더니 진짜 공급자(건설업자)만을 위한 대책이네요. 그나마 수요자를 위한 대책은 소형주택 무주택 청약 가능 기준만 눈에 띄네요."


정부가 추석 전에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지난 26일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아쉬움 섞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업지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공급자 대책 중심이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거나 갈아타기를 생각하고 있는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정책을 '집잇슈'에서 짚어봤다.
서울시 아파트 밀집 지역.      한경DB
서울시 아파트 밀집 지역. 한경DB
이번 공급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실수요자 대책은 연립, 다세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이른바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 개선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 개선 부분이다.

소형주택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비아파트 규제 개선 중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해주는 소형주택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아파트 청약이다. 특히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무주택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해주는 기준가격이 수도권에서 공시가격 1억6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종전에는 1억3000만원이었는데 3000만원 올라간 것이다. 공시가격 1억6000만원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략 시가 기준 2억4000만원 수준이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싼 지방은 공시가격이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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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넣을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청약 때 무주택 기준을 민영주택과 공공주택의 일반공급과 특별공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민영주택의 청약 가운데서도 일반공급에만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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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당시 브리핑에서 "도시형 생활주택과 원룸 등 도심에 있는 비아파트 주택은 보유 때 아파트 생애 최초 특별공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 부분을 해소하면 실수요자가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 2억4000만원짜리 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갖고 있더라도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규제 개선이 주택공급에 관한 시행규칙 등에 반영된 이후에는 일단 작은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매입해 살면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 청약 가점을 쌓고, 새 아파트 청약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상가 지분쪼개기도 주택처럼 제한


재개발·재건축 물건을 사려는 수요자는 정비사업의 분쟁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입주권을 받기 위해 상가의 지분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투자해 나눠 갖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성행해 문제가 됐다. 지분 쪼개기로 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서 사업 진행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상가도 주택과 동일하게 지분 쪼개기를 제한하기로 했다.

주택의 경우에는 현재 지자체장이 고시한 날(기본계획 공람공고일~정비구역 지정 전)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일로 지정하고 있다. 권리산정일 이후에 지분을 분할해도 분양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분쟁과 투기를 막아 왔다. 상가는 그동안 이같은 권리산정일 기준이 없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주택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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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방식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추진할 때 시행자의 지정요건을 완화했다. 현재는 주민의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고,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 신탁에 찬성해야 한다. 앞으로는 토지 면적 요건을 빼고 주민 동의 항목만 충족하면 신탁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을 함께 처리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조합 총회를 개최하거나, 출석 그리고 의결할 때 굳이 조합원이 실제로 모이지 않더라도 휴대폰을 이용하는 방식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을 최대 1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해 국토부가 예산을 지원해 조정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최근 자잿값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시공사는 공사비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정비조합은 이를 반대하며 정비사업이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 절차 후 조합과 시공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사비를 놓고 분쟁이 우려될 때 즉시 조정전문가를 파견하고 분쟁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정상 운영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공유 차량 넣으면 주차장 기준 완화


짧은 기간 내 건설이 가능한 비아파트 공급자를 위한 규제도 개선됐다.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서 역 기준 500m 이내에서 전용면적 60㎡ 이내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경우 주차장을 기존보다 덜 지어도 된다. 역세권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확보 기준은 현재 가구당 0.6대이지만 전체 주차 공간의 20% 이상을 공유 차량 전용으로 배정할 경우 가구당 0.4대로 완화된다. 쏘카, 그린카 같은 차량 공유서비스를 건물 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입주민이 자기 차량을 보유하지 않고,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건설업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차장 확보 기준을 완화하면 도시형 생활주택의 사업성이 향상되고, 이는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녹아있다. 여기에 자전거나 킥보드 등 공유 모빌리티 전용 공간을 확보할 때 주차장을 더 적게 지어도 되는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 밀집지역.         한경DB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 밀집지역. 한경DB
비아파트를 짓는 사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도 확대된다. 연립, 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짓는 사업자는 건설자금으로 최대 7500만원을 한시적으로 1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기금에서 최저 연 3.5%의 금리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감임대로 건설하거나 활용할 때는 기금 지원의 대출 한도를 현재 7000만~1억2000만원에서 9000만~1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 증액했다.

도심에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형 기숙사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임대형 기숙사는 특정 학교나 기업 소속의 학생이나 직원으로 국한하지 않고 대다수의 청년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기숙사로 이를 임대주택 등록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건설 임대주택으로 분류되면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를 감면받는다. 주택기금에서 출자나 융자를 받을 수 있고, 저렴한 택지를 공급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6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보증을 신설해 아파트 외 주거시설 건설 때 지원해주기로 했다. 비아파트 사업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때 부가되는 건설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3조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이행보증을 신설하고, 나머지 3조원 규모 보증은 본PF와 모기지 등 사업자 대출 지급 보증에 사용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