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추석이 지나니까 공기도 스산해지고 슬슬 보일러를 돌릴 때가 왔군요. 그래서 오늘은 난방비 얘기 해보겠습니다. 아파트가 한 동 있으면 여기서 어떤 집이 가장 따뜻할까요. 다르게 말하면 어떤 집이 난방비를 가장 적게 쓸까요.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당연히 주변 집들이 모두 난방 빵빵하게 하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랫집입니다. 왜냐면 아파트의 열손실은 위로 가장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일러 많이 돌리는 집의 윗집이 난방비를 적게 씁니다. 아랫집이 없는 최저층 세대는 그만큼 난방에 불리한 거죠. 제가 마음대로 지어낸 건 아니고 건설사에서 실험한 자료입니다. 시원하게 미분양이 난 김에 그냥 한 달 동안 돌려봤다고 하네요.

이렇게 아파트 10채를 놓고 조건을 모두 다르게 했어요. 어떤 집은 위, 아래, 옆집이 모두 난방을 했습니다. 어떤 집은 윗집만, 또 어떤 집은 아랫집만, 혹은 옆집만 난방을 한 겁니다. 위아래 모두 난방을 안 한 집도 있고요. 가가호호 가스를 얼마나 썼을까요.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당연하겠지만 난방하는 집들로 둘러싸인 306호의 가스 소비가 제일 적습니다, 176N㎥를 썼어요. 그 다음으로 적게 쓴 건 윗집인 406호입니다. 아랫집만 난방을 한 조건이죠, 383N㎥를 썼습니다. 벌써 두 배 정도 차이가 나죠.

다음은 윗집만 난방을 하고 아랫집은 보일러를 안 돌린 206호, 가스 소비량은 433N㎥. 제일 많이 쓴 집은 위아랫집이 모두 난방을 하지 않은 305호입니다. 459N㎥를 썼군요.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돈으로 비교해드려야 체감이 되겠죠. 1N㎥의 평균열량은 43MJ입니다. 가스요금은 MJ당 20.7원이에요. 물론 저희 집 가스비 기준입니다. ^^ 그럼 1N㎥당 요금은 890원으로 환산되네요. 사용량이 가장 적었던 306호는 15만6000원.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위아래가 다 비었던 305호는 40만8000원이 나옵니다. 물론 한 달 내내 실험을 해서 이런 수치가 나오는 점 참고해주세요.

이 실험을 보면 어떤 걸 알 수 있나요. 1번, 이웃을 잘 두자. ^^ 2번, 우리 어릴 때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고 배웠잖아요. 열손실은 위로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도 그렇게 결론을 내려요. 열손실은 위, 옆, 아래순으로 많다.

그런데 열손실을 반대로 말하면 뭡니까? 열취득이죠. 누군가 열을 빼앗겼으면 열을 공으로 얻은 친구도 있을 거 아니에요. 손실이 일어난 그 열이 어디로 갔는지 생각하면 됩니다. 위로 가장 많이 잃었으니까 반대로 윗집이 가장 많이 받은 게 되는 거죠. 그래서 열취득은 아래로부터, 옆으로부터, 위로부터 순입니다.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근데 집에 누워서 생각해보면 '아니, 윗집의 보일러 배관이 우리집의 천장에 있으니까 거기서 온기가 내려오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조금 내려오긴 하지만 아랫집의 열이 올라오는 게 더 많습니다.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406호와 206호를 비교해볼게요. 406호는 아랫집의 열만 받았고 206호는 윗집의 열만 받았어요. 그런데 406호가 가스를 더 적게 썼습니다. 아랫집으로부터 열취득을 많이 하니까 그만큼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쉬웠다는 거죠.

이 실험을 응용해서 생각해보자면 어떻습니까. 같은 조건이라면 난방에서 가장 불리한 건 1층입니다. 요즘은 필로티 써서 2층부터 1층이 되기도 하죠. 어쨌든 최저층이 가장 불리합니다. 열을 취득해올 아래층이 없으니까요.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물론 위, 아래, 옆집이 보일러를 돌린다 하더라도 얼마나 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엔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우리집이 23도, 옆집도 23도일 때 가스 사용량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인접 가구가 난방을 하긴 하지만 우리집보다 낮은 20도에 맞춰서 난방을 한다면 우리집의 가스 사용량이 확 늘어납니다. 반대로 우리집 설정 온도가 주변 집들보다 낮으면 열취득이 늘어날 테니까 사용량이 확 떨어지죠.

그럼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요약해볼게요. ①열손실은 위로 가장 많이 일어난다. 반대로 말하면 열취득은 아래로부터 가장 많다. 이웃들 중에서도 아랫집이 난방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죠. ②그리고 우리집보다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난방비 제일 적게 드는 집은? [흥청망청]
그럼 아랫집에 어떤 분들이 살아야 우리집이 따뜻할까요. 집을 안 비우고 계속 계시는 분들이 보일러를 오래 돌리겠죠. 전업주부가 있는 집이 떠오르네요. 아이들 키우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집도 안 비우고 보일러도 펑펑 틀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렇게 주변 집으로 열손실이 일어나는 건 외벽 중심으로만 단열기준이 세워져서 그렇습니다. 정작 벽을 접하고 있는 건 이웃집과 접한 면이 더 많은데 이쪽으론 단열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까 세대간 열손실이 일어나는 겁니다. 앞으로 매매를 하거나 청약할 때 그 아파트의 단열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예주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