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남 북한 감독 "잘못된 판정에 흥분…공정하지 못하면 축구에 대한 모욕"
북한 '홈그라운드' 방불케한 응원…대규모 '여성 응원단'도 출동
[아시안게임] 축구 8강 일본에 패하자…심판 밀치며 격렬 항의한 북한(종합)
(항저우=아시안게임) 이상현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이 열린 1일 저녁 중국 샤오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일본이 2-1로 앞선 상황에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북한 선수들은 심판에게 달려가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선수들은 심판을 몸과 팔로 밀며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의 결승골로 이어진 심판의 페널티킥 판정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1대1로 양 팀이 맞서던 후반 35분께 일본의 찬스에 북한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았는데, 충돌이 발생하면서 심판은 수비 과정에 북한의 반칙이 있었다고 보고 패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자 북한 선수들은 수 분간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일본의 골로 이어졌다.
이 골로 패배한 북한이 경기 종료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격렬하게 항의한 것이다.
심판을 밀어붙이는 선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북한 코치들이 나서 선수들을 뜯어말리기도 했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심판에 항의하는 모습이 드물지는 않지만, 이날 모습은 심판과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여서 선을 넘은 것으로 보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제3국 취재진도 "지나치다"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날 한 북한 선수는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 그라운드에 들어온 일본 의료진을 위협하는 자세를 취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신용남 북한 감독에게 심판에 대항 항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신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선수들 두세 명이 조금 흥분해서, 잘못된 (심판의) 선언에 흥분해서 그런 장면이 있었다"며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선수들의 항의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오늘 잘못된 선언에 (선수들이) 조금 흥분한 건 사실"이라면서 "주심들이 공정하지 못하면 축구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패인에 대해서는 "오늘 경기가 조직적으로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한편 이날 경기장은 중국이 아닌 북한과 일본이 맞붙는 경기였음에도 북한의 '홈그라운드'를 방불케 했다.
경기 전부터 경기장 2층 관중석 측면 한 구역을 가득 채운 흰 모자와 티셔츠를 맞춰 입은 200명 규모의 북한 '여성 응원단'이 "조선 잘한다", "조선 이겨라" 등 구호를 외쳤다.
건너편 관중석에도 흰 모자에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30여명 가량의 응원단이 대형 인공기를 걸고 응원을 펼쳤다.
중국 팬들의 '혈맹' 북한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보여주듯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객은 북한이 공격을 펼칠 때면 '자여우'(加油·힘내라)를 외쳤고, 일본의 프리킥 등 찬스에서는 야유를 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일본 취재진들도 "어웨이(원정경기) 같다"라며 쓴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은 북한에 2-1로 승리했다. 일본은 이란-홍콩 승자와 4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hapyr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