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 제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 제공
제주신라호텔이 샤넬 팝업 부티크를 유치했다. 2021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업계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필두로 한 신라호텔의 고급화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제주신라호텔은 오는 11월부터 샤넬 팝업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 기간은 내년 6월까지로, 일반 부티크숍과 같이 구두·가방·의류 등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사실상 샤넬이 한국에 공식 매장을 낸 것이나 다름없지 않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팝업 스토어이긴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3년 연속 점포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샤넬이 제주신라호텔에서 처음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건 2021년 3~6월이다. 작년 9월에 문을 연 2차 팝업 부티크는 올해 1월까지 운영했다.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국가별 매장 총량제를 운영 중인 샤넬이 같은 장소에 3년 연속 팝업스토어를 냈다는 건 제주신라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고급화 전략 펼치는 신라호텔

서울신라호텔 전경. 신라호텔 제공
서울신라호텔 전경. 신라호텔 제공
명품부티크 유치는 신라호텔의 전형적인 고급화 전략 중 하나다. 주요 명품 브랜드 가운데 신라호텔을 통해 대한민국 1호 점포를 낸 브랜드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1991년 서울신라호텔에 입점하며 국내에 진출했다.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말 에르메스 매장을 복층으로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 매장 연면적이 넓어지면 취급하는 품목 수도 많아지는만큼 신라호텔점은 에르메스의 주력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초고가 다이아몬드 브랜드 그라프 역시 2013년 서울신라호텔에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상륙했다. 그라프는 전 세계 최고급 호텔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현재 중국 상하이, 베이징, 홍콩 페닌슐라 호텔 1층에도 그라프 매장이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한국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가운데 유독 신라호텔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2023 스타 어워즈'에서 국내 3대 호텔(신라·롯데·조선) 가운데 서울신라호텔만을 5성급 호텔로 분류했다.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인 시그니엘은 같은 평가에서 4성급으로 분류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 역시 4성급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제주신라호텔에서 운영한 샤넬 부티크 모습. 신라호텔 제공
지난해 제주신라호텔에서 운영한 샤넬 부티크 모습. 신라호텔 제공

이부진 협상력 유효했나

신라호텔의 잇따른 명품 브랜드 매장 유치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협상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면세부문인 신라면세점이 주요 브랜드를 유치할 때마다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선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당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은 인파가 몰리는 공항 면세점에는 루이비통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 사장은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고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최초로 루이비통을 유치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한국에서 명품을 제일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며 "면세점과 호텔에 브랜드를 유치하며 주요 브랜드사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신라호텔에 샤넬 부티크를 유치하는데에도 이 사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