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쓰는 야놀자·여기어때…年 2조 해외로 샌다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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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시 트립닷컴그룹 본사 가보니
“이 불빛은 실시간으로 예약이 진행된 지역을 나타냅니다. 보안을 지켜야 하니 사진 촬영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시 창닝구의 트립닷컴그룹 본사. 건물 4층 복도를 쭉 따라가면 맨 끝에 ‘NOC(Network Operation Center)’가 나온다. 42㎡ 남짓의 공간 맨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세계지도가 떠있다. 각국에서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점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해당 지역의 이용자가 트립닷컴에서 호텔을 예약했다는 의미다. 한국에선 유독 서울 지역에서 많은 불빛이 발생했다. 6명의 직원은 개인 모니터로 실시간 예약 상황을 확인하며 네트워크에 에러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체크했다.
트립닷컴그룹이 외신을 공식 초청해 본사 내부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외여행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자사 플랫폼을 알리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트립닷컴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8억1780만달러(3조7660억원)로, 2019년 동기간(24억5460만달러) 대비 14.8% 증가했다. 항공 공급이 정상화하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매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인 순 트립닷컴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여행산업의 회복세와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며 “향후 다양한 국가의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그룹 등 글로벌 OTA '톱2' 업체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부킹홀딩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스웨덴 이트레블리(ETraveli) 그룹을 인수했다. 이트레블리는 '고투게이트'와 '마이트립'이라는 항공권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인수를 통해 항공권 판매 시장에서 부킹홀딩스의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인수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향후 자동차 렌탈 등 여행과 관련한 다른 서비스 역량도 키울 예정이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을 운영하는 익스피디아그룹은 이용자 '록인(묶어두기)'에 들어갔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선보인 '원키(One Key)'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익스피디아에서 쌓은 적립금을 호텔스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룹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익스피디아그룹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의 총 예약금액은 일반 사용자보다 훨씬 높다"며 "이 회원들을 적극 활용해 거래액을 2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익스피디아그룹은 원키 프로그램의 적용 국가를 순차적으로 늘려 글로벌 최대 규모의 OTA 멤버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톱2 플랫폼’이라 불리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제공하는 외국어 서비스는 0개다. 사실상 외국인은 이 앱을 통해 국내 숙박 상품을 예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고다와 트립닷컴이 각각 36개, 2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에서도 한국 플랫폼은 찾아볼 수 없다. 글로벌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씨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OTA는 자란넷, 나비타임, 라쿠텐 순이다. 미국인은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부킹닷컴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대만에서는 아고다, 클룩, 부킹닷컴 순으로 이용자가 많았다.
해외 플랫폼에 비해 상품 수가 적다는 점도 보완해야할 점으로 꼽힌다. 25일 기준 다음 달 7~8일 예약 가능한 서울 숙소를 검색했을 때 아고다엔 1682개가 뜨지만 야놀자엔 1520개만 노출된다. 제주 숙소 역시 2713개, 2540개로 아고다가 더 많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OTA시장은 과점이 형성되어 있어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가 인바운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이 국내 OTA에서만 접할 수 있는 관광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이미경 기자
지난 24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시 창닝구의 트립닷컴그룹 본사. 건물 4층 복도를 쭉 따라가면 맨 끝에 ‘NOC(Network Operation Center)’가 나온다. 42㎡ 남짓의 공간 맨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세계지도가 떠있다. 각국에서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점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해당 지역의 이용자가 트립닷컴에서 호텔을 예약했다는 의미다. 한국에선 유독 서울 지역에서 많은 불빛이 발생했다. 6명의 직원은 개인 모니터로 실시간 예약 상황을 확인하며 네트워크에 에러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체크했다.
트립닷컴그룹이 외신을 공식 초청해 본사 내부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외여행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자사 플랫폼을 알리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트립닷컴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8억1780만달러(3조7660억원)로, 2019년 동기간(24억5460만달러) 대비 14.8% 증가했다. 항공 공급이 정상화하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매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인 순 트립닷컴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여행산업의 회복세와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며 “향후 다양한 국가의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회복하는 OTA시장 …글로벌 ‘대격돌’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OTA(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 시장 규모는 5210억달러(696조3165억원)로 2019년(7447억달러)의 70% 수준으로 회복했다.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4750억달러(634조837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27년 9800억달러(약 130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그룹 등 글로벌 OTA '톱2' 업체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부킹홀딩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스웨덴 이트레블리(ETraveli) 그룹을 인수했다. 이트레블리는 '고투게이트'와 '마이트립'이라는 항공권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인수를 통해 항공권 판매 시장에서 부킹홀딩스의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인수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향후 자동차 렌탈 등 여행과 관련한 다른 서비스 역량도 키울 예정이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을 운영하는 익스피디아그룹은 이용자 '록인(묶어두기)'에 들어갔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선보인 '원키(One Key)'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익스피디아에서 쌓은 적립금을 호텔스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룹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익스피디아그룹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의 총 예약금액은 일반 사용자보다 훨씬 높다"며 "이 회원들을 적극 활용해 거래액을 2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익스피디아그룹은 원키 프로그램의 적용 국가를 순차적으로 늘려 글로벌 최대 규모의 OTA 멤버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기업은 영향력 ‘제로’
글로벌 OTA업체들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국내 OTA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걸음도 떼지 못했다. 업계에선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시장에서 발생하는 OTA 수수료만 2조원에 달하지만 이 금액을 모두 해외 OTA가 나눠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국내 ‘톱2 플랫폼’이라 불리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제공하는 외국어 서비스는 0개다. 사실상 외국인은 이 앱을 통해 국내 숙박 상품을 예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고다와 트립닷컴이 각각 36개, 2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에서도 한국 플랫폼은 찾아볼 수 없다. 글로벌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씨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OTA는 자란넷, 나비타임, 라쿠텐 순이다. 미국인은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부킹닷컴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대만에서는 아고다, 클룩, 부킹닷컴 순으로 이용자가 많았다.
해외 플랫폼에 비해 상품 수가 적다는 점도 보완해야할 점으로 꼽힌다. 25일 기준 다음 달 7~8일 예약 가능한 서울 숙소를 검색했을 때 아고다엔 1682개가 뜨지만 야놀자엔 1520개만 노출된다. 제주 숙소 역시 2713개, 2540개로 아고다가 더 많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OTA시장은 과점이 형성되어 있어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가 인바운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이 국내 OTA에서만 접할 수 있는 관광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