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실화 삼부작'의 마지막…"소외된 이들에 대한 시선 담아"
설경구·허성태·염혜란 등 연기파 배우 집결…11월 1일 개봉
'삼례나라슈퍼 사건' 그린 '소년들'…"실화서 오는 강렬한 끌림"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만으로 이 영화를 찾아도 흠뻑 젖어 들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단한 연기자들이에요.

제가 행운아죠."
정지영 감독은 27일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열린 '소년들'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의 주연배우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혜란을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정 감독이 연출한 '소년들'은 실화인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70대 할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을 가리킨다.

경찰은 당시 19∼20세 남성 세 명을 범인으로 입건했지만, 이들은 진범이 아니었다.

강압적인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한 이들은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세 명은 재심 사건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5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진범이 죄를 고백하기도 했다.

'소년들'은 정 감독의 '부러진 화살'(2012)과 '블랙머니'(2019)를 잇는 실화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 감독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회파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 감독은 "(진범으로 몰린) 소년들은 가난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다"며 "가장 힘없고 나약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는가, 우린 그들에게 어떤 생각을 가졌는가, 이런 부분이 영화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그린 '소년들'…"실화서 오는 강렬한 끌림"
'소년들'에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집결했다.

주인공인 완주경찰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은 설경구가 맡았다.

황준철은 억울한 소년들이 범인으로 몰려 사건이 마무리된 시점에 수사반장으로 부임해 제보 전화를 받고 다시 사건을 파헤친다.

설경구는 "배우 입장에선 실화에서 오는 강렬한 끌림 같은 게 있다"며 "한국 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이기도 한 정지영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정 감독이 주목했던 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아니라 2000년 전북 익산시에서 발생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도 죄 없는 사람이 범인으로 몰렸다.

황준철은 정 감독이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들여다볼 때 구상한 캐릭터로, '소년들'을 제작하면서 주인공으로 끌어왔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다.

소년들을 진범으로 몰아 사건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고 황준철의 재수사를 방해하는 엘리트 경찰 최우성은 유준상이 연기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년들'을 보고 울었다는 유준상은 "어두운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허성태는 황준철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역을, 염혜란은 황준철의 아내 김경미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영화의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는 악역이 아닌 배역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배우로서 정말 열정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더 글로리'에 이어 '마스크걸'로 주목받은 염혜란은 "저에겐 지금이 배우로서 호시절인 것 같다"며 "'소년들'이라는 큰 그림에 좋은 퍼즐 한 조각으로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그린 '소년들'…"실화서 오는 강렬한 끌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