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채무에 항저우 현지서도 고충, 테니스계 안팎 '대표팀 돕자' 성금
[아시안게임] 법인 카드 정지된 테니스협회…성금으로 '메달 도전'
"어제 하루에 122만원이 들어왔고, 남녀 대표팀 감독님께 절반씩 보내드렸어요.

"
대한테니스협회 손영자 회장직무대행이 답답한 마음속에 털어놓은 말이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수십억 원의 채무로 인해 정희균 전 회장이 이달 초 물러났고, 이후 회장직무대행을 선임했으나 직무대행도 곧 사퇴 의사를 밝혀 손영자 전 안동테니스협회장이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아 협회를 이끌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맡는 과정에서 미디어윌로부터 30억원을 빌렸다가 지금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황이 됐다.

협회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 원금 30억원은 상환했지만 쌓인 이자만 50억원이 넘는다.

결국 지난달 협회 명의의 모든 통장이 압류됐다.

이달 초에는 정희균 전 회장이 사임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단은 현지에서 대표팀 감독의 개인 카드를 써가며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대학생 때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손영자 회장직무대행은 "아시안게임에 나간 선수들은 이 대회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데, 협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며 "협회 법인 카드도 15일로 정지돼 항저우 현지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 메달에 포상금을 내걸면서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하고 있지만, 테니스협회는 포상금은커녕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아시안게임] 법인 카드 정지된 테니스협회…성금으로 '메달 도전'
불행 중 다행으로 테니스계에서는 '아시안게임은 그래도 잘 치러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손영자 회장직무대행이 올해 6월까지 회장을 맡았던 안동테니스협회가 1천만원을 기부했고 장호테니스재단,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김두환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김문일 전 국가대표 감독 등도 이른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돕기 성금' 행렬에 동참했다.

또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테니스 동호인들과 일반 팬들까지 십시일반에 나서 21일 하루에 122만원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20일 중국 항저우에 도착한 김정배 여자 대표팀 감독은 "힘든 여건이지만 그래도 협회에서 모인 성금을 보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선수들 역시 테니스 선후배들과 동호인, 팬들의 응원이 담긴 성금을 보면서 더욱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우(당진시청), 한나래(부천시청) 등이 출전한 한국 남녀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단은 2014년 인천 대회 정현-임용규의 남자 복식 이후 9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손영자 회장직무대행은 "미디어윌 쪽에도 아시안게임의 급박한 상황을 말씀드렸다"며 "후임 회장도 이른 시일 내에 선출해 협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