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쓰레기 더미…적막감 속 일부 학생·교직원만 지켜
[르포] 폐교 앞둔 한국국제대 유령 건물로…도서관책 먼지 가득
"30년 인생을 여기에 바쳤는데 안타깝지. 그래도 순리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어. 모레까지 근무인데 나까지 빠지면 이제 학교를 관리할 사람은 아예 없어져."
폐교를 이틀 앞둔 29일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학교 정문에서 30년 넘게 경비원으로 근무한 70대 A씨는 담담하게 소회를 전했다.

A씨는 "전문대 시절 6천500명이 다닐 때는 학생들이 버스를 타지 못해 길게 줄을 서 대기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지금은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어 휑한 풍경을 보면 마음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굵은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진 이날 한국국제대에는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이곳은 오랜 기간 재정난에 시달리다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오는 31일 폐교하기로 했다.

현재 대다수 학생과 교직원이 짐을 빼고 현재는 훈련이 필요한 운동부 등 일부만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학교 본관은 여전히 엘리베이터 작동도 안 되고 화장실에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르포] 폐교 앞둔 한국국제대 유령 건물로…도서관책 먼지 가득
심지어 화장실 세면대가 부서져 바닥에 떨어진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

일부 사무실 문 앞에는 '허가 없이 출입할 경우 형법에 의해 처벌한다'는 통보문이 붙어 있었다.

중앙도서관도 학생들이 반납한 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안내 데스크에 먼지가 덮인 상태로 한가득 쌓여 있었다.

다른 건물들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폐교되지 않았음에도 버려진 유령 건물을 보는 듯했다.

도로 곳곳은 나뭇가지나 낙엽이 흩날렸고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된 쓰레기봉투가 건물 한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쌓여 있기도 했다.

타 대학 스포츠과로 편입한 3학년 윤정원(22)씨는 "나를 포함해 현재 운동부 소속 약 30명이 아직 기숙사에 있는데 31일까지 짐을 다 빼야 한다"며 "학교가 오랜 기간 워낙 열악한 환경에 있었으니 차라리 편입되는 게 더 낫다는 친구들 의견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입학해 3년이나 다니던 학교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니 마음이 좋을 수 없다"며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 다시 열심히 지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르포] 폐교 앞둔 한국국제대 유령 건물로…도서관책 먼지 가득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직원들의 수는 60여명이었다.

이들은 각 건물에 흩어져 재학생 특별편입 지원을 위한 재증명서 발급 등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일부는 자가용이나 이삿짐센터 차량에 개인용품 등을 옮겨 싣기도 했다.

학교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40대 교직원 강모 씨는 "막상 폐교가 코앞에 다가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심경"이라며 "맞벌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가장인 직원들은 새 일자리를 찾는 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밀린 임금이 1억원가량 되는데 추후 법원에서 학교 자산을 처분해 지급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학생들 피해를 어떻게라도 줄여야 한다는 책임감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르포] 폐교 앞둔 한국국제대 유령 건물로…도서관책 먼지 가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