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1역' 꼭 성공하겠다 다짐…다른 두 배우 연기에 깜짝 놀라"
고현정 "'마스크걸' 대본 보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죠"
"'마스크걸' 대본을 읽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항상 비슷한 역할만 해왔는데 이런 작품이 들어오다니,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결심했죠."
배우 고현정은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살인죄로 10년 넘게 수감된 이후의 김모미 역할을 맡았다.

위기에 처한 딸을 구하려 교도소에서 탈출하고, 종국에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처절한 모습을 연기했다.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현정은 인터뷰 내내 선이 굵은 연기에 도전한 데서 느끼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대본을 받자마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은 이미 김용훈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알려진 이야기다.

고현정은 특히 '마스크걸'에서 고된 수감생활에 푸석하고 초췌해진 김모미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고현정의 짧은 머리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

그는 "얼굴을 어둡게 분장하고 기미도 만들어서 더, 더 안 좋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감독님 요청에 따라 머리카락도 잘랐다"며 "처음엔 단발 정도로 잘랐는데 제가 보기에도 별 차이가 없어서 다시 훨씬 짧게 자르고 갔더니 감독님이 그 모습에 아주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외모 외에도 김모미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다가 종반부에 돌변해 단숨에 에너지를 폭발시킨 것 역시 고현정의 인물 해석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교도소에 있던 사람은 어떤 모습일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텐션(긴장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했어요.

깊은 강이나 바다처럼 가만히 있다가 마지막에 크게 움직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현정 "'마스크걸' 대본 보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죠"
'마스크걸'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가수의 꿈을 포기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에는 가면을 쓴 채 마스크걸로 변신해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주인공 김모미 역할은 고현정과 나나, 이한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직장인 시절의 김모미는 이한별이,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에 성형수술을 거친 김모미는 나나가, 자수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0년이 지난 뒤의 김모미는 고현정이 연기했다.

고현정은 "저는 대부분 혼자서 이야기를 이끄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한 사람 역할을 세 사람이 맡는다는 건 서로 협력이 필요한 일이었다"며 "그런 협력이 제가 원하던 거였고, 그래서 꼭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모미를 연기한 세 명의 배우는 제작진의 방침에 따라 서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인물이지만, 거의 서로 다른 사람으로 여겨지게끔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고현정은 자신의 촬영을 마친 뒤에야 이한별과 나나의 연기를 결과물로 확인했다.

고현정은 두 후배 배우의 연기를 지켜본 소감을 "깜짝 놀랐다"며 "연기하는 걸 봤어야 했나 후회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먼저 이한별에 대해 "첫 작품답지 않게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를 해줬다"고 호평했다.

또 나나에 대해서도 "촬영 기간에 나나를 몇 차례 마주쳤는데, 이미 김모미가 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고현정 "'마스크걸' 대본 보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죠"
'마스크걸'은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지만, 김모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거의 모성을 내비치지 않던 김모미가 후반부에 딸 김미모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다시피 하는 모습이 갑작스럽다는 지적이다.

고현정은 이에 대해 "위기에 빠진 것이 김모미의 엄마이거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미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김모미가 그만큼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대중에 익숙한 고현정의 변신은 큰 도전이었지만, 고현정은 부담감보다는 기쁨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마스크걸'이 어떻게 기억될지 묻자 고현정은 "'마스크걸'은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드라마"라며 "앞으로도 크건 작건 어떤 역할이든 많이 쓰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