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북한 김정은이 서울을 가리키며 공세적인 전쟁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며 자체 핵무장론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보는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는 숙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작년 김여정의 '서울 과녁' 발언에 이어 서울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참을 수 없는 망언이자 중대한 평화 위협"이라며 "이들이 믿는 건 오직 핵무기. 핵은 핵으로밖에 억지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제 정치의 기본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도 이제 북핵 위협을 체감하고 다수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며 "자체 핵 보유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60%에서 많게는 76%까지 지지 응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소중한 안보 자산이지만 언제까지 그들 손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각오하면서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라며 "더구나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미국을 신뢰하지만, 4년마다 미국 대선을 바라보며 마음을 졸이는 것이 독립국의 운명이 되어서야 바람직한가?"라며 "누가 보아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사회 일각에서는 핵 무장 논의 자체를 금기시한다"며 "우리도 핵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가 갈라져 답을 정해놓고 다툴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자체 핵무장론을 진화·발전시킬 때가 됐다"며 "이런 논의 자체가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며, 우리에게는 외교·안보적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서울과 충남 계룡대 인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전쟁 준비'를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의 회의 참석 사진을 공개하며, 김정은이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심도 있게 개괄 분석하고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치는 것에 대한 강령적 결론을 했다"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