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샀어야 했는데, 이번에 못 사면 또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씨(39)는 요즘 아파트 시세가 오르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매가 나오면 사려고 눈여겨보던 단지는 3개월 새 호가가 1억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가 쏠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00건을 돌파했고,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80%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강남, 서초 등 강남권 아파트의 높은 낙찰가율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
거래 늘고 경매 활기…매수세 더 강해진다

○서울 4000건 돌파, 거래량 회복

3일 국토교통부 6월 주택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6월 4136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2014건)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161건에 불과할 정도로 메말랐다. 하지만 규제지역 대폭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등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가 이뤄진 이후 4월 2981건과 5월 3711건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거래 비수기인 지난달 거래량도 3000건 이상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6월 기준)별로는 송파구가 295건으로 매매 건수가 가장 많았다. 강남구가 293건으로 뒤를 이었고 관악구(288건), 노원구(270건), 강동구(256건), 강서구(222건) 등의 순이었다.

강남권 등 인기 주거지와 관악구, 노원구 등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 등에서 거래가 골고루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상급지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와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활용한 무주택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송파구, 강동구 등 대단지 신축 위주로 집값이 올라가고 나머지 지역이 가격 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시장이 움직인다”며 “서울 아파트값 바닥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30~40대 실수요자의 매입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도 한 달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85건이다. 1월(20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2020년 12월(82건) 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강남권 아파트 입찰 경쟁 치열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 시장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6월보다 5.3%포인트 오른 8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88.6%) 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2021년 6월 119%까지 치솟았다가 잇단 금리 인상과 함께 작년 12월 76.5%로 떨어졌다. 5월 81.1%로 올라선 이후 80% 선을 지키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강남 3구의 지난달 낙찰가율은 90.4%로, 서울 평균(86.2%)보다 4.2%포인트 높다.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현대 4차 전용면적 118㎡는 지난달 12일 열린 1차 매각일에서 감정가(44억3000만원)의 124%인 55억20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역삼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쌍용플래티넘밸류 전용 111㎡는 응찰자 7명이 몰리면서 낙찰가율 105.4%를 나타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매수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등의 낙찰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특히 강남 3구가 전체 낙찰가율 평균을 끌어올릴 정도로 강세”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 등 불확실성이 높아 모든 물건에 매수세가 붙기보다는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