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파업·사직 줄이어…"2050년엔 639조원 손실 우려"
폭염에 美 경제 생산성 '뚝'…"기후변화 비용손실 중 최대"
최근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 기후 변화와 관련된 여러 경제적 비용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통업체 아마존의 기사들과 창고 근무 노동자 중 일부는 폭염 관련 근무 조건을 개선해달라며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캔자스주의 한 소고기 관련 공장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직원 2천500명 가운데 거의 200명이 사직했다.

이는 평소보다 약 10% 많은 수준으로 이런 사직 급증의 이유도 역시 폭염으로 여겨진다.

캔자스주, 미주리주, 오클라호마주 육류 포장·식품 가공 노조 대표인 마틴 로사스는 "극도로 더울 때는 안전안경에 김이 서리고 지치게 돼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조차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학술지 란셋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더위 노출로 인해 미국 농업,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부문에서 25억시간 이상의 노동력이 손실됐다고 NYT는 전했다.

또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같은 이유로 1천억달러(약 128조원)의 노동력 손실 관련 비용이 발생했으며 이 수치는 2050년까지 연간 5천억달러(약 639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연구는 기온이 섭씨 32도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 떨어지고 38도를 넘으면 70%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1주일에 섭씨 32도가 넘는 날이 6일 이상이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이 8%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앞서 지난달 하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폭염으로 인한 만성적 신체 위험이 세계적으로 GDP(국내총생산)를 2100년까지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한 달 이상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천만 명이 '열 주의보' 또는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노동자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미국 정부의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관련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초안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7개 주 등에는 더위와 관련한 노동자 보호 제도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막아서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로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지난 6월 건설 노동자에게 물 마시는 휴식 시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런 결정에는 재계의 압박이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는 휴식, 물, 그늘, 에어컨 설치 등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국가가 관련 기준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노동전문가들은 고용주들이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면서 어떤 식으로든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OSHA에서 노동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마이클 교수는 "필요한 변화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고용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하지만 노동자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