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 동향,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등 현지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 : 리나 킴 제공
사진 : 리나 킴 제공
‘집값’과 ‘부동산 경기’는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나 관심을 끄는 주요 이슈입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미국 서부에선 실리콘밸리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괜찮은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 백만장자입니다. 마치 서울 좋은 동네에 아파트 한 채 가진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샌프란시스코와 주변의 상업용 부동산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죠. 핵심상권마저 밀려드는 홈리스, 마약중독자들로 인해 공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이전 실리콘밸리 스토리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국내에선 한풀 꺾였던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오피스 부문에선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는 샌프란시스코 부동산과 대비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상가 시장은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경기도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리얼터(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는 리나 킴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나 킴은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도 공인중개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양국 공인중개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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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리나 킴입니다. 한국 이름은 김인희입니다. 한국에 살다가 3년 전 남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신길뉴타운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했습니다. 2021년 10월 미국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고,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콜드웰뱅커리얼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샌프란시스코에 한인 리얼터가 많이 활동하고 있나요?
A. 샌프란에는 한인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 쪽에 더 많이 거주하시는 것 같아요. 한인 리얼터 역시 실리콘밸리에 상대적으로 많고, 샌프란에는 몇 분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활동하면서 다른 한인 리얼터를 만난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Q.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요?
A.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집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한 것 같습니다. 집을 렌트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급감했고, 소유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죠. 재택근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집에서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코로나 때 제로금리 등의 영향에 힘입어 집값이 급등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후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지만, 주택 가격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 같아요.
사진 : 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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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지금은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모기지를 줄 때 2008년과 달리 깐깐하게 체크를 하기 때문이죠. 현재 주택 모기지를 얻은 사람은 재정이 탄탄한 사람입니다. 현재 모기지율은 6.5~7% 정도로 부담스러운 수준인데요. 소득수준이 받쳐줘 이자를 낼 능력이 있는 분들이 대출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고객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틈을 타 집을 사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고객과 한동안 집을 사지 않겠다며 월세를 얻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택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서 월세도 오르고 있어서 이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월세 낼 돈으로 모기지 이자를 내는 게 낫다며 집을 사는 것이죠. 이 지역의 주택가격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거든요.

Q. 주택시장에 매물은 많이 나와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집값이 조금만 조정을 받으면 집을 사려는 매수희망자들이 지칠 정도죠. 샌프란시스코의 집주인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IT업계 종사자와 간호사, 의사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집을 내놓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2020~2021년 금리가 낮을 때 리파이낸싱을 받아서 대출이자를 3%대로 낮춰놓은 분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이들이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부득이한 이유(이주, 실직, 이혼 등)가 아니고선 집을 내놓지 않아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미국의 공인중개사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A. 미국의 리얼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세일즈퍼슨 자격증과 브로커 자격증이 있는데요. 세일즈퍼슨 자격을 취득하면 중개업체에 취업해 활동할 수 있습니다. 소속 공인중개사 개념인데요. 전체 리얼터의 80% 정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년의 경력과 추가과목 이수 등의 자격을 갖추면 브로커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요. 이러면 직접 본인 사무실을 개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차등을 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또한 미국은 자격증이 없으면 오픈하우스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해서 부동산 중개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10억짜리 집 복비가 6000만원…美서 공인중개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Q. 한국과 미국의 공인중개사 시험은 어떤가요?
A. 미국은 법이 한국에 비해 크게 안 바뀌는 거 같아요. 그리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한 게 그대로 계약서에 있어서 공부와 실무와의 연계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법이 자주 바뀌어서 시험에 붙은 후에도 실무에서 새로 공부해야 하고요.
시험의 경우 세일즈퍼슨 자격증이 필수 2과목, 선택 1과목이고 브로커 자격증은 필수 5과목, 선택 3과목입니다. 한국의 경우 1차가 민법, 부동산학이고 2차가 공법, 공인중개사법, 공시법, 세법이죠. 가장 큰 차이점은 시험 횟수입니다. 한국은 1년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응시해야 합니다. 한 번 떨어지면 시간도 낭비되고, 심리적 부담도 커집니다.
미국은 수시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시험 일정을 예약해서 볼 수 있고요, 떨어지면 붙을 때까지 응시할 수 있습니다.

Q. 중개수수료는 어떤가요?
A. 계약 완료 시 매수인은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집을 파는 매도인이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한국과 다른 점이죠. 미국의 경우 수수료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협상이 가능한데요. 통상적으로 5~6%로 이뤄집니다. 이를 매수인, 매도인의 에이전트가 절반씩 나누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소속 회사와 7대3 비율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중개 과정에서도 차이점이 있나요?
A. 미국의 경우 거래 안전성이 높습니다. 에스크로 제도가 있는데요. 이는 중립적인 제3자가 쌍방 대리인의 자격으로 매매에 관련된 보증금이나 보증, 또는 그것에 해당하는 재산과 서류일체를 계약 조건이 종료될 때까지 보관 또는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매수인과 매도인이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서로가 만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금융거래도 제3자를 통해서 하고, 오픈하우스 날짜를 정해서 매수희망자들이 집을 둘러볼 때도 매도인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Q. 샌프란에서 인기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A. 미션베이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한국의 신도시 지역이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콘도(한국의 아파트)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 오라클경기장(야구), 체이스센터(농구) 등과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거 같아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도 이쪽에 집을 구해서 출퇴근하기도 하는데요. 샌프란과 실리콘밸리 지역을 오가는 칼트레인을 타고 다니는데 미션베이에 이 역이 있습니다. 집값은 매매가를 기준으로 미션베이에서 방 2개짜리 콘도가 15억원 정도 하는데요. 지역과 집 상태 등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