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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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인공지능(AI) 산업을 두고 한국과 일본 정부가 상반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에도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옥죌 수 있는 규제를 정부와 정치권이 도입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은 성장만 하면 규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생성형 AI 사업에 53억엔(약 487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생성형 AI의 바탕이 되는 대규모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200억엔(약 1809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이 같은 계획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 일본 AI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日, AI산업 파격 지원할 때…스타트업까지 옥죄는 韓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AI 규제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기업들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재추진 중이다. 과거 공정위가 정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대상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도 규제 대상에 쉽게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생성형 AI 전문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는 올해 1월 내놓은 유료 AI 서비스가 출시 2주 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팔라 몇 년 안에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우려한다. 뤼튼테크놀로지는 자사 AI 플랫폼에서 다른 회사 온라인 서비스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매출 100억원 이상 플랫폼 스타트업은 119곳에 달했다.

○정부도 반대하는데 규제하자는 국회

이른바 ‘고위험 AI’를 강하게 규제하자는 법안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인공지능책임법에 따르면 고위험 AI는 신체 안전, 기본권의 보호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AI다. 생체 인식, 교통,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이나 대출 신용평가 등 공공 민간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AI를 말한다. 이미 AI가 적용됐거나 앞으로 쉽게 도입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AI 개발사는 위험 평가뿐만 아니라 개발 단계별 문서 전자화 등이 의무화된다. 또 서비스 이용자가 본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AI 개발사에 자료를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회사는 이에 응해야 한다.

○“규제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김홍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AI 기업의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은 AI 기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서비스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 반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규제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법안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픈AI 등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규제를 해도 늦지 않은데 앞서 발목을 잡으면 AI 산업의 싹이 밟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완/고은이/이시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