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단위 조합의 ‘배당 잔치’에 제동이 걸린다.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이 나빠진 상호금융 단위 조합들이 무분별한 배당에 나서는 것을 정부가 차단하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최소 순자본비율 등 상호금융 조합의 건전성 규제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본지 5월 2일자 A1, 3면 참조

“순자본비율 규제 표준화”

농·수·신협·새마을금고 '배당 잔치' 제동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중앙회 등 관계부처·유관기관은 20일 ‘2024년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상호금융권 건전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상호금융권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만큼 대응 여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올해 1월 기준 연체율은 6%대로 오른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7%대까지 추가 상승했다. 하반기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상호금융사 지표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관계부처는 우선 단위 조합 차원의 ‘퍼주기 배당’을 막고 이익금을 유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조합 출자자가 ‘배당 빼먹기’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순이익(860억원)이 전년 대비 20분의 1로 급감했는데도 4800억원가량을 출자자들에게 배당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받은 깡통 금고까지 배당에 가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순자본비율 등 상호금융조합의 건전성 규제 체계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현재 최소 순자본비율은 농협 5%, 신협·산림조합·수협 2%, 새마을금고 4% 등으로 제각각이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에 나서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어 관리·감독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신협·산림조합·수협 등의 최소 순자본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조합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금 확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새 기준이 마련되면 일부 조합은 증자 등에 나서야 한다.

다만 자금 여력이 없는 지방의 영세한 단위 조합이 경영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조합 규모별로 규제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부실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상호금융권의 거액여신한도 관리도 제도화할 방침이다.

지배구조·규제 개선 추진

금융당국 및 관계부처는 협의회에서 지배구조 및 영업행위 규제 개선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들쭉날쭉한 감사 선임 규정부터 정비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협은 직전 사업연도의 평균 잔액으로 계산한 총자산이 2000억원 이상이면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반면 농협은 결산보고서 기준 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이면 의무가 부과된다. 수협과 산림조합은 의무조항이 없다. 금융당국에선 상호금융권의 상임감사 선임을 일정 요건에 따라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중앙회와 단위 조합은 공동 유대에 기반한 지역·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자구노력을 하고,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