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글로벌 텔코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주요 글로벌 통신사 대표들과 화상으로 대담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글로벌 텔코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주요 글로벌 통신사 대표들과 화상으로 대담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 싱텔, 이앤(e&) 등 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대표하는 주요 통신사가 힘을 합해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선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공동으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수행하기로 했다. 빅테크 위주의 AI산업 지형을 바꾸는 게 통신사들의 목표다.

○대규모 언어모델 공동 구축

SK텔레콤은 2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글로벌 통신사의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텔코(통신사)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클라우디아 네마트 도이치텔레콤 부회장, 하템 도위다르 이앤그룹 최고경영자(CEO), 위엔콴문 싱텔그룹 CEO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도이치텔레콤은 독일, 미국 등 12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최대 통신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앤그룹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싱텔은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21개국에서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4개 통신사의 가입자는 약 12억 명에 이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통신사 CEO들은 AI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텔코 AI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게 MOU의 골자다. 텔코 AI 플랫폼은 통신사별로 LLM 공동 구축을 포함해 새로운 AI 서비스 기획에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LLM은 오픈AI의 GPT-4,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를 뜻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 개발에 따로 시간과 비용을 쏟는 대신 공통 플랫폼 위에서 AI 서비스를 현지화, 고도화해 고객 사용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수 있다”며 “국가별로 생성 AI 기반의 슈퍼 앱 출시를 앞당길 수 있어 자사의 전 세계 고객에게 새로운 AI 경험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통신업 패러다임 전환”

업계에서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AI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보유 중인 소비자 데이터가 적지 않은 데다 자본력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개별 회사 단위에서는 빅테크와의 경쟁이 힘들 수 있지만 연합체 단위에서는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의 이날 행사 발언도 이런 분석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새롭고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 AI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에 따르면 생성 AI는 매년 최대 4조4000억달러(약 5731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이 AI를 통해 전통적인 통신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적기”라며 “통신업을 AI로 재정의해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등 기존 핵심 사업을 AI로 대전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