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외국인 비행기 조종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외국 항공사로 이직했던 한국 조종사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모든 항공사의 외국인 조종사는 242명이었다. 2019년 517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123명의 외국인 조종사가 있었지만, 현재 19명으로 급감했다. 대한항공도 2019년 349명에서 200명으로 감소했다. 2019년 21명의 외국인 조종사가 근무했던 제주항공은 현재 0명으로 외국인 조종사가 아예 없다. 같은 기간 티웨이는 13명에서 8명, 에어부산은 8명에서 1명으로, 이스타항공은 9명에서 2명으로 각각 줄었다. 에어서울은 한국계 뉴질랜드와 캐나다 국적 조종사들을 각각 1명씩 유지 중이다.

지난 4월 조종사(기장, 부기장)들의 복귀율은 100%에 가까웠으니 비행편을 줄인 항공사들이 한국 조종사 대신 외국인 조종사들을 내보냈다는 의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하늘길이 닫히면서 국내외 항공사들이 외국인 조종사를 먼저 줄이기 시작했다"며 "조종사들이 모국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코로나 전 외국으로 떠났던 한국 조종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 항공사들은 코로나 전 급격히 사세를 불리며 한국인 조종사를 대거 스카우트하며 영입했다. 특히 중국 항공사들은 당시 한국 항공사가 주는 연봉보다 두 배가량을 부르며 한국인 조종사들의 중국행을 이끌어냈다.

당시 좋은 대우를 찾아 떠난 한국인 조종사들이 한국으로 복귀한 뒤에 재취업은 쉽지 않다. 대형항공사(FSC) 관계자는 "연봉과 나은 대우를 찾아 회사가 힘든 시기 중국으로 이직한 한국 조종사들을 다시 뽑기 힘든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 항공사로부터 "현재 연봉의 절반을 감내하든지, 퇴사하라"는 식으로 사실상 퇴직 강요를 받았다고 한다.

올해 들어 엔데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찍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도 하반기엔 조종사 채용에 미온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도 재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만 하반기에 조종사 채용을 검토하고 있고,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올해 추가 조종사 채용을 할 계획은 없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여행 분위기가 되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조종사를 새로 뽑을 만큼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다"며 "내년께 들어오는 항공기와 업황을 추가로 더 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채용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