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숨은 진주'…강남 8학군까지 갖춘 저층 단지는 어디?
31살 된 5층 아파트 일원동 상록수·가람
역세권에 강남 8학군, 대모산 ‘숲세권’ 갖춰
용적률 109%에 불과…“사업성 기대감 커”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개포 주공…. 부동산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강한 서울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다.

압구정 현대 등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물론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사업성은 이들 단지 못지않게 (혹은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알짜 단지’가 있다. 바로 상록수와 가람 등 일원동 저층 단지다.

3호선 일원역 역세권 입지

재건축의 '숨은 진주'…강남 8학군까지 갖춘 저층 단지는 어디?
먼저 위치를 살펴보자.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과 가까운 역세권 단지다. 일원역 4·5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가람아파트가 보인다. 가람 바로 옆이 상록수다. 같은 구역에 한솔마을과 청솔빌리지 등 다른 단지도 있다.

광평로를 건너면 상록수·가람과 준공 연도가 비슷한 푸른마을, 샘터마을, 수서목련타운, 수서까치마을, 수서삼성 등 중층 아파트도 있다. 이 단지들을 모두 합치면 총 6400여 가구다.

상록수·가람은 강남구답게 입지가 매우 좋다는 평가다. 단지 서쪽 일원터널만 지나면 코엑스, 청담역, 영동대교 등으로 이어지는 영동대로를 탈 수 있다. 일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SRT(수서고속철도)가 정차하는 수서역이 있다. 3호선은 남부터미널, 고속버스터미널 등과도 연결된다.

‘8학군’ 대모초·대왕중 인접

무엇보다 학군이 강점이다. 강남 8학군에 속하는 대모초교와 대왕중이 가람에 붙어 있다. 왕북초, 중산고, 서울로봇고 등도 인접해 있다.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자율형 사립고인 중동고도 가까워 매년 입학 시즌만 되면 자녀를 이 동네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학부모의 전세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대모산 전경. 왼쪽 건물은 서울로봇고등학교. 한경DB
대모산 전경. 왼쪽 건물은 서울로봇고등학교. 한경DB
단지 뒤편에 대모산이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단지 안과 밖 곳곳에 녹색 빛을 띠는 나무가 즐비하다. 임장을 돌 때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공기가 맑고, 동네가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형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이곳의 강점으로 꼽힌다.

상록수, 예비안전진단 통과

상록수와 가람 모두 1993년에 준공됐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충족한 셈이다. 규모는 상록수가 22개 동, 740가구로 13개 동, 496가구인 가람보다 크다. 5층짜리 아파트라는 점은 같다. 상록수는 지난달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가람도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비사업 초기 단계로, 갈 길이 멀긴 하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상록수아파트. 한경DB
서울 강남구 일원동 상록수아파트. 한경DB
그런데도 강남의 사실상 마지막 저층 단지라는 메리트 때문에 벌써부터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상록수와 가람의 용적률은 모두 109%다. 용적률이 낮다는 건 일반분양 물량을 많이 늘릴 수 있어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다.

상록수·가람이 속한 2종 일반주거지역은 재건축 때 용적률을 최대 250%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중개 플랫폼 다윈중개에서 상록수·가람을 강남구 개포동 우성6차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 이어 전국에서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세 번째로 높은 단지로 꼽았다.

높이 규제에도 여유로운 이유

하지만 일각에선 높이 규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토지이음에서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해 보면 현재 상록수·강남의 정확한 용도지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으로 나온다. 대모산 인근에 있는 만큼 ‘중점경관관리구역’으로 묶여 8층 이상 건물을 세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높이 리스크는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모산 안쪽에 이미 10층 넘는 아파트가 들어선 사례가 있어서다. 수서동 강남데시앙포레(최고 15층)와 강남더샵포레스트(최고 12층)가 그 사례다.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상록수와 가람은 두 단지에 비해 산 입구에 있어 실제 재건축 때 15층 정도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며 “중점경관관리구역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만큼 강한 규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상록수 vs 가람, 승자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가람아파트. 한경DB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가람아파트. 한경DB
상록수와 가람 중 미래가치가 더 좋은 곳은 어딜까. 입지나 용적률, 주택형, 대지 지분, 구조 등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람과 달리 상록수는 단지 중심에 상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상가의 총규모는 200여 실이고, 지하에 있는 상가만 140여 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기대 때문에 소위 ‘지분 쪼개기’가 활발하게 펼쳐진 결과는 아니고, 30년 전 분양 당시부터 이랬다고 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재건축 여부, 분양 비율 등을 둘러싸고 조합과 상가 소유주 사이에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상록수에 비해 이 같은 상가 리스크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가람이 선호도가 더 높다는 평가다.

전용 84㎡ 가격, 20억원 육박

올해 들어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록수 거래량은 작년에 단 두 건뿐이었는데, 올해 들어선 벌써 7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4월엔 전용면적 84㎡가 18억97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인 2021년 6월 24억원에 비하면 아직 5억원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전용 84㎡가 1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가람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들어 7건의 거래가 있었다. 4월 전용 84㎡가 19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일원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아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하다. 그래도 10억원 넘는 돈은 들고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 상록수와 가람 모두 전용 84㎡ 기준 전세보증금이 6억~7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