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5월 25일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을 문자로 옮긴 것입니다.

▶전형진 기자
서울 도심의 대형 개발사업 중 하나죠. 용산 유엔사부지 개발 소식인데요. 이 자리에 짓는 오피스텔의 분양가격이 3.3㎡당 1억에 육박할 전망이란 뉴스입니다. 참고로 유엔사부지는 용산구청 아래에 있습니다. 한남뉴타운이 완성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죠.
임대후 분양, 유엔사부지는 안 되고 브라이튼 여의도는 가능했던 이유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이 땅은 일레븐건설에서 사들여 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4만㎡ 남짓의 크지 않은 땅 토지 매입가만 1조원에 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일레븐건설은 여기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오피스, 호텔 등 복합시설을 짓는다는 구상입니다.

보통 이럴 땐 아파트 등 주거시설부터 분양을 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분양가 규제입니다. 주택 관련 규제가 대거 풀렸다지만 유엔사부지가 있는 용산구는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남아 있는 투기과열지구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선 1조나 들여 사들인 땅인 만큼 최대한 높은 분양가를 받아내야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진작 분양하지 않고 시점을 늦춰온 것도 규제 해제를 기다려온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아파트의 분양 시점은 더 미루기로 하고 오피스텔부터 분양이 풀릴 전망입니다. 이 사업의 브리지론이 다음달부터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넘어가는 만큼 9월께엔 유동성의 숨통을 터야 하기 때문이죠.
임대후 분양, 유엔사부지는 안 되고 브라이튼 여의도는 가능했던 이유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그런데 이렇게 나오는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9000만원대에 책정됐다는 게 제가 가져온 기사의 핵심 내용입니다. 계약면적 기준으로 56~96㎡의 중소형 오피스텔인데 한 채당 30억~60억에 달하는 셈이죠. 부촌과 고급화를 내세운 복합시설이라고 하지만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초고가 상품이 부동산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에서 마찬가지의 전략을 내세운 오피스텔들 또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아파트의 경우엔 예상 1분양가격이 3.3㎡당 1억2000만원에 달합니다. 물론 현재로선 승인 자체가 불가능한 가격입니다. 상한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승인을 받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주변 아파트의 가격과도 비교해야 하니까요.

통상 이 같은 경우엔 '임대 후 분양'이 묘수풀이로 꼽혀왔습니다. 일단 4년짜리 단기임대로 임차인을 모집한 뒤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분양전환을 하는 방식입니다. 분양전환 당시엔 감정가격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죠. 유엔사부지 인근의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도 이 같은 방식으로 분양가 규제를 우회했습니다.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4년 단기임대 제도가 폐지됐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매입임대뿐만 아니라 직접 집을 지어 임대하는 건설임대 부문에서도 4년짜리 단기임대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일레븐건설이 임대 후 분양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려 한다면 10년짜리 임대로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비 회수 시점을 먼 미래로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죠. 10년 뒤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지금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상 후분양 시점에 분양가 규제가 풀리기를 기도하거나, 아니면 예정보다 낮은 가격에 '로또 분양'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셈이죠.
임대후 분양, 유엔사부지는 안 되고 브라이튼 여의도는 가능했던 이유 [전형진의 집코노미 타임즈]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브라이튼 여의도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옛 MBC 부지에 복합시설을 짓는 이 단지 또한 토지매입가격이 1조원대이기 때문에 유엔사부지 개발과 많이 비교됐는데요. 이 단지는 준공을 앞두고 임차인모집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4년짜리 단기임대 후 분양전환을 하기 위해서죠.

아니, 조금 전에 유엔사부지 개발은 단기임대 제도 폐지 때문에 임대 후 분양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브라이튼 여의도는 어떻게 임대 후 분양을 추진하는 걸까요? 비밀은 준비에 있었습니다.

앞서 두 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지난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들 사업이 어떻게 규제를 피해나갈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이었죠. 저도 과거에 두 사업지를 취재했던 적이 있지만 임대 후 분양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지만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브라이튼 여의도를 개발하는 신영은 그때 진작 임대등록을 마쳤다고 합니다. 4년 단기임대 제도는 2020년 8월을 기해 폐지돼버렸지만, 직전에 등록을 해둔 까닭에 2023년 준공되는 단지에 이를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발빠른 준비가 희비를 가른 셈입니다. 유엔사부지를 개발하는 일레븐건설의 묘수풀이는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더 궁금해지는군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