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인간의 '탐욕'을 채우려 하다 [영화 리뷰]
요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는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 요리에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조력자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재료의 준비 과정부터 서빙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노력과 정성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지막 순간 최대 라이벌과의 화려한 요리 대결도 빠지지 않는 요소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헝거’는 자칫 평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리 장르에 ‘인간의 탐욕’에 대한 주제 의식을 더했다. 영화 속의 요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배고픔을 해소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식욕’은 채워지지만,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부와 성공에 대한 보편적인 열망을 자극한 덕분일까.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0~16일 ‘헝거’의 시청 시간은 4358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여름’, ‘귀수동화’ 등 태국 내에서 공포·스릴러 장르를 연출한 시티시리 몽콜시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드 지니어스’의 주연을 맡았던 추띠몬 쯩짜런쑥잉이 주인공 오이 역을, 노파차이 차야남이 스타 요리사 폴 역할을 맡았다.

이야기는 볶음면 식당에서 일하는 오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난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태국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헝거’로부터 스카우트를 제의받는다. 오이의 ‘특별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헝거로 이끈다.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인간의 '탐욕'을 채우려 하다 [영화 리뷰]
헝거의 대표 요리사 폴은 업계 최고의 실력으로 명성을 쌓은 베테랑이다. 정계와 재계의 유력인사들도 그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선다. 점잖은 척 체면을 차리는 그들도 폴의 요리 앞에선 민낯을 드러낸다. 폴의 요리를 손으로 집어 먹고, 접시에 묻은 소스까지 게걸스럽게 핥아 먹는다.

단지 ‘맛있기 때문’은 아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선사한 최고급 요리를 즐긴다는 사실이 그들의 욕망을 추동한다.

‘인정받고 싶은 허기’, ‘특별한 걸 경험하고 싶은 허기’가 부자들을 폴에게로 이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은 허기를 달래려 먹지만, 음식보다 많은 걸 살 능력이 있으면 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헝거에서 일할수록 오이는 성공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한다. 상류층은 허세를 위해 법과 윤리조차 스스럼없이 어겼다. 친구로 여겼던 동료 요리사들도 출세를 위해 배신을 망설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헝거를 떠나 새로운 레스토랑을 연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그의 스승이자 라이벌인 폴과 요리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친다.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 인간의 '탐욕'을 채우려 하다 [영화 리뷰]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간의 욕망을 원색적인 색감과 날 것 그대로의 음향으로 연출한다. 일반적인 요리 영화가 음식을 맛있고 먹음직스럽게 묘사하는 것과 다르다.

마치 잔인한 호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검붉은 스테이크 소스로 범벅이 된 부자들의 모습에서 사냥을 끝내고 선혈이 낭자한 포식자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가 복잡해진다. 기본적으로 요리 장르에 스릴러 요소를 더했다. 게다가 등장인물 간 로맨스,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의식, 가족애의 중요성까지 포섭한다.

이 모든 걸 130분의 러닝 타임으로 소화하다 보니 개연성 측면에서도 생략된 부분이 많다. 오이가 어떻게 천부적인 요리 재능을 가지게 됐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너무 많은 재료를 쏟아부어 오히려 본연의 맛이 옅어진 요리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