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개발업, 더 이상 요행은 없다
복덕방, 떴다방, 기획부동산, 물딱지(입주권 없는 주택), 토건족, 조직분양, 개발업자…. 건설·부동산과 관련해 유독 부정적인 어감의 단어가 많다. 1970년대 이후 아파트 투기 바람이 불고 프리미엄 잔치가 벌어져 생겨난 용어들이다.

‘디벨로퍼’로 불리는 개발업체는 민간 영역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회사(시행사)다. 미개발지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쏟아붓고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코디네이터다. 하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발업자라는 이미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요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의 중심에 개발업체가 있다.

PF 대출 부실 우려 가중

PF 대출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PF는 사업 초기 토지 확보를 위해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고리로 자금을 빌리는 브리지론과 인허가 후 착공 때 토지비, 사업비 일부를 충당하는 본PF로 나뉜다. 이 두 시장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꽉 막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5개 증권사의 PF 대출 잔액(금융감독원 기준)은 4조5000억원, 연체율은 10.38%로 집계됐다. 회수가 부진하면서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8.16%)보다 2.2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금융권 전체 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128조1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2021년 말(112조6000억원)에 비해 17조3000억원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중소·중견 건설사와 개발업체의 자금난과 연쇄 도산이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2008년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대란 속에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역대 최고인 16만5000여 가구에 달했다. 개발업체는 자금난으로 줄 부도가 났고, 유동성 위기를 겪은 중소·중견 건설사는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작업)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사업성 확보하는 게 최우선

개발업에는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 변화, 원재료(토지) 확보라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분양 준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하지만 업계는 지난 10년간 호황의 끝이 오지 않을 것처럼 모두가 버블에 취해 있었다.

호황기 때 비싸게 확보한 토지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이후 브리지론과 본PF 시장이 멈춰서 유동성 위기로 회사 자체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금리 인상과 미분양 급증, 공사비 인상이라는 겹악재에 당초 예상했던 수익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발업계에서는 최소 토지 계약금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는 등 기초체력과 꼼꼼한 사업성 분석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어야 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분양 급증 속에서도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단지는 계약률이 오르고 있다. 기초체력과 전문성이 있는 개발업체는 불황 속에서도 수요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도 민간 아파트 공급은 지속돼야 한다.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떠받치는 게 바로 개발업이다. 개발업이 더 이상 시장 상황 반전이라는 요행에 기대서는 안 된다. 개발사업 부실로 생기는 ‘공급 공백’과 주거 불안이 국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