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B 쌀과자'와 밥 먹기 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자신에게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강권했다는 재계 30위권 식품그룹 오너의 증언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후보 시절 한 간담회에서 눈여겨봤다가 대통령 되고 나서 여러 차례 압박했다는 얘기다. 그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끝내 고사했더니, 애국심이 그것밖에 안 되냐고 타박하시더라”며 웃었다.

農政이 그렇게 가볍나

‘기업인을 농림부 장관으로 앉혀야겠다’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됐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보다 기업을 잘 아는 MB가 총수의 주식백지신탁 문제를 몰랐을 리 없어 하는 말이다.

궁금한 건 ‘왜 하필 기업인이었을까’다. 진의를 모르는 상태에서 유추해보자면 ‘꼬일 대로 꼬인 농정을 기업인 시각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임기 초 “현실성 떨어진다”며 욕먹었던 ‘쌀과자 이슈’도 그렇다. MB는 “남아도는 쌀로 쌀과자 등을 만들자”고 했다. 수요 촉진이 1차적 목표였을 터다. 그게 다였을까. 한 꺼풀 더 들어가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농민 간 재배계약이 필요하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은 정부처럼 가격이 하락한다고 무작정 사주지 않는다. 농민들은 기업의 철저한 수요예측에 근거해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품질·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건 기본이다. 만성화한 쌀 과잉 공급을 시장경제의 논리로 풀 수 있는 방편이다.

새삼 MB 시절을 되돌아보는 건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 때문이다. “예산, 법제화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한 것일 뿐”이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항변은 일견 이해된다.

그렇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농정을 너무 희화해 그렇다. 양곡법으로 드러난 농정 난맥상은 왜곡된 농산물 생산·유통, 초고령화, 낙후한 지방행정 등을 쾌도난마할 예술적 행정 역량 없이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집권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전력을 기울여 맞닥뜨려도 성패를 장담하기 힘든 개혁 우선순위를 그리 가볍게 다룬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됐다.

‘MB의 쌀과자’는 농촌에 기업을 끌어들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보려는 고민이 읽힌다. 하지만 밥 한 공기 먹기 캠페인에서 그런 철학을 기대하는 건 쓸데없는 일 같다. 서구화한 식생활 때문에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밥 한 공기 반(통계청 2021년 기준 156g)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갈수록 줄어드는 판이다. 실효성도, 현실성도 없다.

민자가 농촌으로 흘러야

‘개혁’을 자처하는 우파 여당이라면 초고령화가 가속하는 농촌이 말기 병 환자와 다를 바 없다는 실상부터 까발려야 한다. 화석화한 경자유전(耕者有田) 신화를 깨부수고 대기업, 농업벤처를 끌어들여 생산성을 높여도 살아나리란 보장이 없다는 팩트 말이다.

그런데도 농촌은 모르핀(재정)에 의존해 연명하기 급급하다. 이대로라면 농업 기반이 괴멸해 겨울만 되면 ‘토마토 파동’에 시달리는 영국의 선례가 먼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운 건 문제의 심각성을 진정 체감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실존 문제라고 거듭 외치는데 듣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