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0일 오전 10시13분

[차준호의 딜 막전막후] 바디프랜드 발목 잡는 '검은 PEF'
안마의자 전문기업인 바디프랜드가 내홍을 겪고 있다. 바디프랜드를 공동 인수한 사모펀드(PEF)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 사이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고 법인 자금으로 고급차를 샀다는 등의 폭로전도 벌어졌다. 투명 경영을 기본으로 하는 PEF업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PEF업계는 노심초사다.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 가치를 높이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바디프랜드는 2021년 PEF 사이에 경영권 매각이 있었다. 당시 스톤브릿지는 안마의자 1위 바디프랜드 브랜드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높이 평가하고 인수에 나섰다. 자금 모집을 위해 주요 펀드 출자자(LP)와 접촉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제안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바디프랜드 2대 주주이자 창업자인 강웅철 이사회 부의장의 오너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강 부의장은 바디프랜드 창업 이전 현주컴퓨터 부도 처리 과정에서 잡음을 낸 인물이다. 바디프랜드에서도 자신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았다. 한국거래소가 바디프랜드의 기업공개(IPO) 심사에서 퇴짜를 놓은 것도 강 부의장 중심의 지배구조 때문이었다.

PEF들의 불안한 동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스톤브릿지가 사실상 바디프랜드 인수를 포기했을 때 협업을 제안한 곳이 한앤브라더스였다. 한앤브라더스는 투자 이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생 PEF였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썼는지 바디프랜드 인수 자금을 지원해줄 LP들을 포섭했다. 당시 바디프랜드 이사회 의장이었던 강 부의장이 스스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확약서도 받아냈다. 다만 LP들은 조건을 걸었다. 투자 이력이 있는 PEF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라는 것이었다.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가 공동으로 바디프랜드 경영권 지분(44%)을 인수한 배경이다.

두 PEF의 동거는 파국을 맞았다. 바디프랜드 경영을 둘러싼 폭로전과 양측 간 민·형사 고발로 이어졌다. 스톤브릿지는 한앤브라더스 측 인사들이 법인 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구입하고 인테리어비, 해외 출장비 등으로 회삿돈을 유용했다며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LP들에 보고했다. 한앤브라더스 인사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은 데 이어 한앤브라더스 실소유주로 알려진 한주희 회장의 개인회사와 수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점도 공개했다. 결국 한앤브라더스는 지난달 LP 전원 동의로 공동 펀드의 운용사(GP) 자격을 잃었다.

'막장극' 피해는 결국 기업에

한 회장은 2011년 아프리카 개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제계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다. 한 회장이 컨설팅 업체를 운영할 때부터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양금란 씨는 바디프랜드의 총괄사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았다. 양씨의 아들인 1990년생의 허명지 한앤브라더스 대표는 바디프랜드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

한앤브라더스는 강 부의장이 스톤브릿지 손을 잡고 다시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자신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앤브라더스는 해임 무효 소송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스톤브릿지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양측의 진흙탕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24일 예정된 바디프랜드 임시 주주총회에 허 대표를 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올라올 예정이다.

결국 피해는 기업과 임직원에게 돌아갔다. 바디프랜드는 세라젬에 안마의자 1위 자리를 내주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매출(5220억원)은 11% 줄었고, 영업이익(241억원)은 64%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