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정부 일회용품 저감책, '디테일' 부족해 실효성 떨어져"
정부의 일회용품 저감책 후속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자원 재활용·재사용 촉진 지원사업'으로 최근 3년간 49개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 147억500만원이 지원됐거나 지원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음식점 등에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쓰도록 만들고자 다회용기 보급이나 세척장 설치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자체에 국고로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사업이 시작된 재작년엔 5개 지자체에 43억원, 작년엔 12개 지자체에 34억7천만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32개 지자체에 69억3천500만원이 지원될 정도로 사업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 일회용품 저감책, '디테일' 부족해 실효성 떨어져"
정부는 2018년 폐기물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은 34%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원 재활용·재사용 촉진 지원사업도 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시작했다.

다만 사업이 시작되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회용기가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법적으로 다회용기 정의는 지난 2월 27일 국회 문턱을 넘은 개정 자원재활용법에 '같은 용도로 두 번 이상 계속해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규정된 것이 전부라는 게 이주환 의원 설명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다회용기를 몇 년까지 써도 괜찮은지 '사용 연한'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다회용기를 수거·세척하는 업체가 어떤 설비 등을 갖추고 어떻게 용기를 씻어야 하는지 기준도 없다.

업체 지도·점검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 의원은 "정부가 다회용기 친환경성만 강조할 뿐 관련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경우 다회용기 중량·두께 기준이나 식당에서 용기를 살균할 때 지켜야 할 온도 기준 등을 정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일회용품 저감책, '디테일' 부족해 실효성 떨어져"
한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많이 쓴다.

최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충남대 장용철 교수 연구팀과 내놓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달 용기 568개(5.3㎏)와 플라스틱 일회용컵 102개(1.4㎏), 생수 페트병 109개(1.6㎏), 일회용 비닐봉지 533개(10.7㎏) 등 19㎏의 플라스틱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30년엔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량이 연간 647만5천t(톤)에 달해 2020년에 견줘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정책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객실이 50실 이상인 숙박업소도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일회용품 저감책, '디테일' 부족해 실효성 떨어져"
환경부는 호텔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칫솔·치약·샴푸·린스 등의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텔에서 칫솔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했을 때 손님들이 편의점 등에서 사는 경우가 늘어나기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호텔에서 유상으로 일회용품을 제공하는 편이 재활용 측면에선 더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품 모양이나 재질이 같으면 재활용이 더 쉽다.

결국 숙박업소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할 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이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주환 의원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보급·확대하려면 보조금 지원과 같은 정책과 함께 세부적인 규정과 지침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 일회용품 저감책, '디테일' 부족해 실효성 떨어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