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1년 만에 처음으로 2000달러를 넘어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안전자산인 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2014.90달러까지 급등했다.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작년 3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금 가격은 소폭 하락해 전일 대비 9.30달러(0.5%) 오른 온스당 1982.80달러에 마감했다.
사진=골드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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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한 뒤 올해 2월 초까지 우상향했지만 지난 2월 들어 미국 고용지표 등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긴축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SVB 사태 등 은행권의 위기가 가중되면서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SVB 사태에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을 완벽히 해소하진 못한 상태다.

친탄 카나니 인시그니아컨설턴트 리서치 디렉터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금 가격 랠리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연쇄 도산과 관련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겐 은행 붕괴가 시작일 뿐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구조해야 할 크고 작은 기업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으로 대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루퍼트 롤링 키네시스머니 시장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다른 어떤 금융 기관도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금의 수요는 견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화 약세도 금 가격을 밀어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미 달러화에 대한 주요 6개 통화 가치를 반영한 ICE달러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 하락한 103.2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금 가격이 하락할 때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것도 금 가격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지난 3분기 약 400t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다. 55년 만에 최대치다. 국제 금 가격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자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을 주로 쓸어 담은 곳은 신흥국 중앙은행으로 나타났다. WGC가 운영하는 금 투자 정보 사이트인 골드허브에 따르면 3분기 금 보유량을 가장 많이 늘린 국가는 터키였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