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대화하게 잠시 비켜달라'는 가해자의 말에 자리를 떴다가, 2차 폭행이 발생해 국가가 배상금을 물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부장판사는 폭행 사건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 등 3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 등 3명이 A씨에게 2300여만원을 지급하고, 이 중 984만원은 국가가 부담하라"고 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5월17일 오전 5시께 인천 자택 근처에서 B씨 등 3명과 시비 끝에 폭행당해 골절 등 7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고 그해 6월27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다.

폭행 당시 경찰관 5명이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와 대화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하자 경찰관들은 이에 응해 모두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후 폭행이 B씨의 폭행이 이어졌다.

B씨 등은 폭행이나 특수폭행죄로 기소돼 A씨에게 합의금과 치료비 등으로 총 1500여만원을 지급하고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B씨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찰관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고 현장을 비워 더 큰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도 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현장을 떠난 사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2차 폭력을 행사했다"며 "경찰관들이 현장을 이탈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한 조치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과실에 의해 의무를 위반했지만 고의로 범죄에 가담한 B씨 등과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배치된다"며 국가에 배상금의 일부만 부담하게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