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국보법 위반 기소…中 "국가안보 위험 싹을 잘라라" 지시 직후
홍콩 저명 노동활동가, 남편 감옥 면회 직후 국보법 위반 체포(종합)
홍콩의 저명한 노동 활동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하러 갔다가 교도소 밖에서 똑같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최근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 안보 위험의 싹을 자르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진 체포다.

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오후 스탠리 교도소 밖에서 65세 여성을 '외국 또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 언론은 체포된 이가 2021년 해산한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HKCTU)의 전 비서장 엘리자베스 탕이며, 체포는 그가 스탠리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편 리척얀 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주석을 면회한 직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또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이후 첫 사례로, 최근 중국 정부가 그에게 국가 안보 위험의 싹을 자르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졌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리 장관은 현지에서 만난 샤바오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및 비서장이 "국가 안보, 공공의 평화나 홍콩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는 어떠한 움직임도 신속히 타격해야 하며 그들의 싹을 잘라야 하고 그들이 퍼져나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샤바오룽은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이기도 하다.

리 장관은 "샤 주임은 홍콩에 국가 안보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일부 파괴 세력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우리가 리스크 관리를 하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는 지금껏 230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그중 140여 명이 기소됐다.

홍콩 저명 노동활동가, 남편 감옥 면회 직후 국보법 위반 체포(종합)
탕과 리척얀은 1985년 결혼했으며 1990년 함께 직공회연맹을 결성하고 홍콩의 노동 운동을 이끌었다.

직공회연맹은 홍콩 최대 노동단체로 성장했으나 국가보안법 시행 후 당국의 압박 속에 2021년 10월 자진 해산했다.

지련회는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로, 30여년 민주화 시위의 진상을 알리고 희생자 추모에 앞장서 왔지만 역시 2021년 당국의 압박 속에 해산했다.

1995년부터 11년간 입법회(의회) 의원을 지낸 리척얀은 앞서 불법 집회 참여 등의 혐의로 징역 20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형기를 마쳤으나 2021년 국가보안법상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되며 계속 수감 상태다.

탕은 직공회연맹 해산 직후 영국으로 떠났다가 최근에야 홍콩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1년 9월 친중 매체 대공보는 탕이 1994년부터 아시아의 노동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 모니터 리소스 센터'의 이사로서 미국, 독일, 노르웨이 등지의 단체로부터 1억 홍콩달러(약 168억원) 이상을 기부받았으며, 해당 센터가 직공회연맹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센터는 누구의 산하가 아닌 독립적인 단체라고 반박하면서도 자신들을 향한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며 홍콩 지부의 문을 닫았다.

2021년 11월에는 친중 지지자들이 홍콩 경찰 본부 앞에 모여 리척얀은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는데 왜 탕은 여전히 자유의 몸이냐고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