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동맹관계를 ‘행동하는 동맹’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경제·안보뿐 아니라 문화·과학·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두 나라 국민이 서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동맹관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불확실한 미래 등을 감안했을 때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관계 격상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실천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을 통해 북·중·러에 대응한다는 안보 전략을 짜고 있다. 한·일 갈등은 이 구도의 가장 약한 고리였다. 이를 해결하고 나선 게 윤 대통령이다.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결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적인 새 장”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이제 미국이 화답할 차례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협이 증폭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확대와 함께 양국 조야에서 거론되는 ‘나토식 핵 공유’ 등 실질적 핵 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지난해부터 발표한 대미 투자액이 수백억달러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때마다 ‘엄지척’과 ‘생큐’를 연발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한국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일명 칩스법) 등을 통과시켰다. IRA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 조항으로 숨통을 터주기도 했으나 반도체지원법은 이익 환수, 대중 투자 금지, 기밀공개 등 수많은 독소 조항이 여전하다. 믿을 수 있는 동맹이라면 응당 이런 것부터 손질해야 할 것이다. 양국 간 기술 협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서 가시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제 외교 현장에서 ‘경제·안보 동맹’이나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행동하는 동맹’ 등의 수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행동 그 자체다. 마침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단에 국내 10대 그룹 총수와 중소·중견기업인이 대거 동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의 과감한 대미 투자 계획에 걸맞은 미국의 대한국 투자도 함께 나와주길 기대한다.